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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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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18:47:00, 조회 : 2,312, 추천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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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울산노동뉴스] 들풀 한의원 사람들을 만나다
해고기간 8년5개월 만에 남편은 원직복직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안 문제로 때로는 회사와, 또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복직연대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상식을 뛰어넘는 징계를 받아 노조와 싸우다보니 복직 후 5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남편은 지난해 사내하청 용인기업 비정규직 복직연대투쟁 시 미포조선 정규직 현장대책위원회 소집권자를 맡아 4개월간 연대투쟁을 벌여왔다. 결국 정규직 복직 합의로 그들의 투쟁은 끝났지만, 1년2개월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미포조선 회사와 노조 그리고 현대중공업과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합의 후 남편은 회사 노무관리자로부터 자택감시, 미행, 형사고발을 당하고, 현장 팀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비인간적인 처사를 견디며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소송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 테러로 인한 후유증이 심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최근 우리 부부는 전남 광양에 있는 한의원을 다녀왔다.
경비대 테러의 후유증과 노무관리자의 탄압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작년 6월경, 남편의 휴대폰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었다”며 곧바로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 병원치료는 어떻게 받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냥 윤성현 한의사라며 전화번호만 남길 뿐이었다. 약이 떨어질 때쯤이면 꼭 잊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어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선 1년 가까이 한약을 보내왔다.
요즘 경기가 불황일텐데도 콩 한 쪽이라도 나누는 마음으로 우릴 생각하는 윤 한의사가 과연 어떤 분인지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건강을 상담해주는 것과 한의원이 전남 광양에 위치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가끔 윤 한의사에게 전화로 고맙다고 인사하면 “노동자들의 투쟁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할 뿐”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는 할 필요가 없고 올바른 세상 만드는 데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좋다”고만 하였다. 우리 부부는 1년 가까이 얼굴 한번 못 뵙고 전화상으로 대화할 뿐이었다.
최근 우리는 윤 한의사가 궁금해 울산에서 4시간을 달려 전남 광양에 있는 ‘들풀 한의원’을 방문했다. 한의원을 들어서는 순간, 직원들과 환자들이 가족처럼 모여 앉아 통닭을 다 드시고 막 치우려는 찰나였다. 직원 한분이 우리를 보고는 통닭을 다 먹었다며 “으짜까이”라며 구수한 사투리로 안타까워했다. 순간, 곡성에 사시는 작은 어머님이 생각나 더욱더 정겨운 느낌이었다.
한의사라고 하면 혹시나 권위적이지 않을까,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우리의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참으로 맑은 미소를 가진 그의 첫 인상이 어찌나 친근하고 소탈해 보이던지... 또한 순천 교육희망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부인 조명애씨와도 첫 대면이었지만 자매가 오랜만에 만난 듯 와락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한의사와 직원들은 치료를 받으러온 나이 드신 분들에게 어머니, 아버지라 불렀고, 우리 부부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다함께 포즈를 취했다. 한의원엔 채 한 시간도 머무르지 않았지만 원장, 직원, 환자 사이의 분위기가 따뜻한 대가족을 연상케 했다.
그날 저녁, 윤 한의사 가족들이 정성스레 준비해 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며 소주를 곁들였다. 윤 한의사 부부는 학생운동 출신이다. 과거 공장생활할 때 너무 힘들어 눈물 젖은 밥을 먹었던 일을 풀어놓자, 현장생활을 오래했던 우리 부부도 공감하는 바가 컸다. 자신들도 힘든 시기를 겪은 탓인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토록 따뜻한 마음으로 힘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부인 조명애씨는 “어렵다는 이유로 운동의 원칙을 포기하거나 때를 가려서는 안되고, 평생 삶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자신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제대로 된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투쟁하면서 함께 대화하며 살아가자”는 말에 가슴이 찡하였다. 이명박 정권 하의 교육문제와 노동문제, 그리고 진보정치 관련 등을 안주삼아 우리들의 대화는 밤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사진 한가운데 하얀 가운 입은 이가 윤성현 원장.
올바른 노동운동은 세상을 밝게 할 빛일 뿐만 아니라, 참된 가족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당했을 때 상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저항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 테러 사태는 반드시 재발 방지 대책과 공개 사과를 받아야한다.
남편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만약에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경비대처럼 심야에 테러를 하였다면 우리 노동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을까? 해고는 기본이고 방화, 살인미수 등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만약 이 사태를 치료비 및 보상으로만 해결한다면 앞으로 생존권 싸움이 벌어질 농성장에는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테러의 두려움으로 지지방문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중공업 노사협력부 경영진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협약서도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이는 4개월간의 혹한의 날씨와 싸우며 얻은 성과물이기도 하지만,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투쟁에 헌신적으로 지지와 연대를 모범적으로 실천하여온 울산지역노동자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남편은 오는 5월까지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 테러 사태와 협약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의 실질적 지배자 정몽준 의원에게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서울 상경시위를 할 예정이다.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부탁드린다. 끝으로 옳은 일을 위해 투쟁하라며 건강을 챙겨주시는 윤성현 한의사 부부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며, 그 분들의 사랑과 정성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은 올바른 노동자의 삶이 아닐까 한다.
한미선(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아내) / 2010-04-05 오후 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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