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자료
|
2007-02-03 17:34:06, 조회 : 2,192, 추천 : 794 |
미국에서의 계급투쟁
로렌 골드너
(체크 공화국 브루노에서 2003년 8월 2일에 한 강연을 녹취한 것입니다.)
오늘 내가 발제할 미국에서의 계급투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보다 역사적인 것이고, 뒷부분은 최근 20여년에 대한 것입니다. 역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미국 노동계급의 형성에 있어서 인종문제의 중심적 역할 때문입니다.
유럽인들이 미국을 바라볼 때 항상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매우 이상한 나라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대중적인 노동자 운동이 있었는데도 한 번도 대중적인 노동자 정당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죠. 187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미국 노동자 운동의 역사는 어떤 주요 유럽 국가의 노동자 운동 역사에 견주어도 가장 격렬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격렬한 역사 속에서 왜 사회당 혹은 공산당 같은 노동계급 정당이 미국에서 한 번도 실제로 발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17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몇 가지 역사적인 지점들을 매우 간략하게 다루겠습니다.
미국의 초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1676년에 벌어졌습니다. 물론 당시는 미국이 존재하지 않았고 일련의 영국 식민지들이 있던 때였죠. 1676년에 일어난 첫 번째 사건은 버지니아 식민지에서 백인 노동자들과 아프리카 노예들이 함께 농장주 계급에 대항하여 일으킨 폭동이었습니다. 이 폭동에서 중요한 점은 당시에 백인 노동자들과 흑인 노예들이 거의 비슷한 노동조건 아래 있었으며 나중에 발전되는 인종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폭동을 진압한 이후 농장주 계급은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데 활용되었으며, 백인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체제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이데올로기, 즉 대다수 백인 노동자들이 그들 스스로를 가장 먼저 백인으로 인식하고 그리고 이차적으로 노동자로 인식하게 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는 미국에서 한 번도 대중적인 노동자 정당이 존재하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1676년에 일어난 두 번째 사건은 북동쪽 뉴잉글랜드 주들에서 발생한 전쟁, 이른바 필립왕의 전쟁이었습니다. 영국에서 건너온 극단적인 개신교도들인 청교도들은 이 전쟁에서 3만 명의 인디언을 살해했고, 미국의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 통제를 수립했습니다. 미국의 초기 역사는 극단적인 개신교도들, 아프리카 노예들 그리고 인디언들의 혼합에 기반한 동력(dynamic)을 만들어 냈습니다. 함께 일어난 이 두 사건은, 한편으로 사회 안으로는 인종 억압으로 사회 밖으로는 서부를 향한 확장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기본적인 이데올로기 동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력은 오늘날까지 줄곧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노동자 운동의 발전에서 매우 명백한 몇 가지 양상들이 있는데, 간략하게 언급하겠습니다. 미국에는 1820년대에 처음으로 일종의 노동조합들이 있었으며, 1820년대 후반에 첫 번째 사실상의 노동계급 정당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들 노동조합과 독립적인 정당이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 속에 완전히 함몰되어 있었으며, 노예 주민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의 한 측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단지 백인들만이 참여하는 한, 계급투쟁처럼 보이는 어떤 것도 실제로는 집안싸움에 더 가까운 것일 뿐입니다.
이 운동들은 민주당 속에서 그들의 첫 번째 정치적 표현을 성취했는데, 민주당은 1820년대와 1830년대에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당이 되었습니다. 민주당은 한 번도 반(反)자본주의 정당이 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항상 노동계급 속에 중요한 지원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828년부터 1860년 남북전쟁 발발 때까지 미국 정치를 지배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봉기를 일으키고 공산주의가 노동계급의 진지한 경향으로 등장하였던 1848년에 미국 노동자 운동은 완전히 노예 문제에 붙잡혀 있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잘 알다시피 1860년대 초반에 미국은 5년간의 남북전쟁을 치렀으며, 그것은 미국을 실질적으로 창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기 이전의 미국은 거의 두 개의 나라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는 자본주의였고, 하나는 노예제였죠.
1877년에 온 나라를 가로지른 철도 파업에서 첫 번째 진정한 대중적 계급투쟁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1877년은 매우 흥미롭게도 북군이 남부 주들로부터 철수하고 과거 노예소유 엘리트들의 권력 부활을 허용했던 바로 그 해였습니다. 또한 그 해는 서부에서 인디언 전쟁이 종결되었던 바로 그 해였습니다. 우리는 2백 년을 건너뛴 1676년과 1877년의 사건들을 대조하면서 몇 가지 동일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디언에 맞선 확장의 동력, 사회 내부의 노예 문제, 본질적으로 백인 노동자 운동이었던 노동자 운동.
여기에 매우 중요한 예외가 있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것은 바로 IWW입니다. IWW는 백인 노동계급 엘리트의 노동조합 운동이 되는 것을 거부했고, 남부 흑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이주 노동자 집단들을 조직하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IWW는 실제로 남부의 여러 주들에서 백인과 흑인 노동자들을 함께 노동조합과 파업으로 조직하였습니다.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요. 미국의 자본가 계급은 백인 노동자들에게 무시무시한 폭력을 사용하였지만, 흑인들과 백인들이 동등한 기반 위에서 함께 조직하려고 노력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훨씬 더 거대한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불행하게도 IWW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탄압에 의해, 그리고 조직할 수 있었던 산업에서의 상당한 기계화에 의해 붕괴되었습니다. 특히 농업에서의 기계화가 중요했는데, IWW가 매우 강력했던 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에서 실질적인 노동조합 조직은 CIO의 형태로 계승되었는데, CIO는 훨씬 덜 급진적이었고 반자본주의 노동조합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CIO는 실제로 전국적인 운동이 아니라 지역적인 운동이었습니다. 남부의 주들에서는 흑인들이 여전히 완전 배제된 채 남아 있었는데, 대다수 법률들과 1930년대 뉴딜정책의 진보적인 측면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 노동자들이 미국 자본주의를 지지하도록 결집시키는 데서 CIO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또한 CIO의 승리는 미국 자본주의가 세계 제일의 자본주의 권력으로 승리를 거두던 바로 그 때에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자본주의의 부상과 미국의 공식 노동자 운동의 부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일련의 투쟁들을 통하여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쇠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이러한 변화에는 네 가지 측면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1955년에 시작된 제조업의 비공인 파업운동입니다. 두 번째는 흑인 운동의 부상인데 마찬가지로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1960년대 후반부에 가장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베트남 전쟁의 맥락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베트남 전쟁만큼 미국 사회를 갈라놓은 사건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마치 남북전쟁 전에 그랬던 것처럼 두 번째로 민주당의 지배를 무너뜨렸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1676년의 사건들과 청교도들의 시기로부터 급진적인 흑인 운동과 베트남전 패배로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에 종말이 시작되기까지 일직선상의 발전을 볼 수 있습니다.
비공인 파업운동과 흑인 운동에 대응해서, 양자는 종종 같은 것이었는데요, 미국 자본가들이 제조업을 캐나다, 유럽, 그리고 아시아로 이동시키면서 나라를 탈산업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것은 미국 자본주의 세계 패권이 공공연하게 쇠퇴하는 시대를 열었으며, 미국에 결코 채워지지 않은 일종의 정치적 진공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까지 역사적인 부분에 대한 발제를 마치고, 이제 쇠퇴와 정치적 진공상태의 시기라고 할 최근 20년간의 투쟁에 대한 부분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것은 1980년대 들어 처음으로 명확해졌는데, 일련의 매우 광범한 공장폐쇄와 노동자 계급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시기는 1981년 항공관제사 파업으로 너무나 극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항공관제사들은 정부에 고용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간단하게 해고당하고 군사요원들로 대체되었습니다. 매우 아이러니했던 것이, 당시에 레이건 행정부는 폴란드의 거대 노조 솔리다르노치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시점에 신문에는 사슬에 묶여 그들의 직장으로부터 호송당하고 있는 미국 항공관제사들의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소련의 영향권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면 노동조합과 노동자 파업을 사랑했지만, 그들 자신의 영향권 범위 안에서 벌어지면 그것을 분쇄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잇따른 노동자 계급의 패배들이 이어졌습니다. 1983년에 그레이하운드 버스 기사들의 파업이 있었지만, 완전히 박살나 버렸습니다. 1984년에 아리조나에서 수천 명의 구리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는데, 회사가 광산을 폐쇄하고 칠레로 이동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주 방위군과 주 경찰에 맞서 싸웠습니다. 1985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과일포장 공장 노동자들이 18개월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잘 싸워 파업에서 승리했지만, 몇 달도 안돼서 회사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로 이동하였습니다. 1986년에 미네소타의 육류포장 노동자들의 파업이 터져 나왔는데, 그들 또한 18개월가량 파업을 했지만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몇 개의 파업 가운데 하나이며 실제로 뭔가를 획득했던 것이 1989년에 터진 미국 동부 석탄광산 노동자들의 파업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1989년 여름 파업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5천명의 석탄광산 노동자들이 2천명의 주 경찰과 맞붙었는데, 노동자들에게 싸우지 말고 집으로 가라고 얘기하기 위해서 석탄광부 노조 지도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와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 파업은 실제로 광부들이 요구했던 몇 가지 양보들을 성공적으로 획득했습니다.
1992년에 로스엔젤레스 폭동이 터져서 사흘 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동안 대략 60명의 흑인 혹은 라틴계가 살해되었습니다. 여기서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폭동이 있기 10년 전에 로스엔젤레스 해당 지역에서 열 개 혹은 열한 개의 큰 공장이 폐쇄돼서 4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흑인이었다는 점입니다. 로스엔젤레스 폭동으로 미국의 자본가들은 이데올로기 방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 때문에 빌 클린턴이 1992년에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클린턴의 정강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때부터 실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강의 완전한 지속이었습니다.
클린턴은 공화당의 지지를 받으며 통치했습니다. 그는 20세기에 대통령으로 재직한 민주당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한 첫 번째 일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끝까지 밀어붙여 체결함으로써 캐나다, 미국, 멕시코를 포괄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 것입니다. NAFTA의 결과는 수십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캐나다와 미국으로부터 멕시코로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클린턴이 시도한 두 번째 일은 국가 의료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단 보험 자본이나 제약 자본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국가 의료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래서 국가 의료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던 그의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클린턴이 한 다음번 큰일은 미국의 복지(welfare) 시스템을 파괴하고 그것을 본질적으로 생산적 복지(workfare) 시스템으로 대체한 것이었습니다. 생산적 복지(workfare)의 의미는,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뭔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주로 이전에는 좋은 임금을 받으며 조직된 노동자들이 했던 일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클린턴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노동조합 운동은 민족주의와 보호주의 이데올로기에 입각해서 강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이를테면 1999년 시애틀 시위에서 다수의 철강 노동자들은 매우 공공연하게 중국인들을 반대하거나 보호주의에 찬성하는 내용의 슬로건들을 내세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몇몇 새로운 유형의 투쟁들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투쟁들은 최근 8년 사이에 나타난 것으로, 패배적 경향에 맞서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1995년에 존 스위니가 미국의 주요 노총인 AFL-CIO를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크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는데, 그가 당선될 때 미국 노동자들의 14%가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제 9%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당선되고 2년 후에 매우 중요한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전국적인 택배 시스템에서 일하는 트럭운전수들이 벌인 UPS 파업이죠. UPS 파업이 매우 크게 승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5년간 적용되는 협약에서 노동자들은 매년 시간당 10센트씩의 임금인상을 쟁취했습니다. 5년에 걸쳐 시간당 8달러 50센트에서 9달러로 상승하는 거죠.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파업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파업은 미국 자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결과 파업이 끝나고 몇 달 후에 트럭운전수노조 지도자인 캐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의 혐의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트럭운전수노조에 들어갔던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운동으로 캐리가 당선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언론과 미디어들이 그 파업의 평판을 끌어내리려고 캐리에 맞선 캠페인에 열중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결과였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투쟁이라는 이 과정의 두 번째 단계는 물론 1999년 시애틀 시위였습니다. 시애틀 시위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그 시위가 경제의 전반적인 세계화에 대한 토론을 제기하고 강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토론은 이전에는 전문가들의 것이었죠. 물론 방금 전에 내가 말했듯이 시애틀 시위에 참여했던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호주의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 매우 경사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시애틀 시위가 있고 몇 달 후에 고도기술 주식시장 붐이 붕괴했습니다. 2000년과 2001년을 거치면서 괴텐부르크, 프라하, 제노바에서의 시위를 비롯하여 세계적 수준에서 반세계화 세력들이 탄력을 받으며 성장했고, 자본가들은 매우 방어적인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9·11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는데, 9·11 테러는 전체적인 정치 사회 정세를 다시 바꾸어 놓았습니다. 2000년 여름에 동부 연안에서 전화국 노동자들의 전투적 파업이 있었습니다. 그 노동자들이 아마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또 파업을 벌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9·11 이후의 정세 속에서 일어난 두 개의 파업을 얘기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2002년 가을에 일어난 서부해안 부두노동자들의 파업입니다. 이 파업은 미국 서부 해안의 모든 항구들을 마비시켰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파업을 테러와의 전쟁 속에서 전국적인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매우 신속하게 진압했습니다.
더 최근의 사례로 2002년 12월 뉴욕시에서 있었던 파업인데, 이 파업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거의 일어날 뻔했던 것이었습니다. 3년 전인 1999년 12월에도 뉴욕 지하철에서 거의 파업이 일어날 뻔했습니다. 둘 다 공히 12월에, 즉 한창 장사 잘 되는 크리스마스 시즌 한복판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뉴욕 시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만일 파업을 벌인다면 막대한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상황에서는 반테러주의 이데올로기가 추가로 사용되었습니다. 뉴욕의 신문들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뉴욕 시의 마비를 파업 노동자들이 성공시킬 것이라고 헤드라인으로 공격했습니다. 또 다른 신문은 파업 위협을 놓고 운송 노조가 도시를 상대로 벌이는 지하드(이슬람 성전(聖戰) -옮긴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의 모든 저항이 즉시 테러리즘 혹은 테러리즘에 대한 동조로 비난받는 정세가 9·11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헌법이 찢겨 나가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미국의 헌법 전문가들이 새로운 헌법을 작성하려고 이라크에 간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2001년 9월에 이슬람 배경을 갖고 있는 2~3천 명이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는데, 그들은 변호사를 만날 수도 없었고, 그들의 가족을 만날 수도 없었으며, 기소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석방되었는데, 전혀 기소당한 것도 없고,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으며, 2년 동안 취조 상태에 있었던 것에 대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제 발제를 마치고 이제 질문을 받겠습니다. 다른 측면들도 얘기할 수 있겠고, 제가 보다 상세한 얘기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질문] 미국 정부의 위헌적인 행동에 대해 당신이 얘기한 내용을 이곳에서는 뉴스에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광란이 미국의 반세계화 운동에 어떤 충격을 준 게 있습니까?
[로렌 골드너] 그 내용이 헤드라인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녀사냥이 별로 새로운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건 중요합니다. 1692년에 신교도들은 많은 수의 마녀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동북지역에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광란을 낳은 마녀재판의 양상들이 전반적으로 존재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역사에서 사회 결속을 이루려는 수단으로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일어난 일입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50년대 초반에 공산주의자들을 상대로 벌어진 매카시 광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이슬람 혈통이면 누구든 테러리스트들과 연결 짓는 마녀사냥의 형태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것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명확하게 성장하고 있던 세계화 반대 흐름을 반격하는 데서 미국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었습니다.
[질문] 이러한 반테러주의 이데올로기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 노동자 계급을 자본주의 체제 속으로 다시 통합시켜 내고, 자발적인 저항의 모든 가능성을 박살내며, 미국 지배계급의 전쟁노력을 위해 노동계급을 동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복무할 수도 있을까요?
[로렌 골드너] 내 생각에, 현 상황과 관련해서 매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광란이 미국 내 존재하는 매우 깊은 사회적 문제들을 은폐하려고 고안된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매우 빠르게 알아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최근의 전쟁들은 공히, 즉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무엇보다 이라크 전쟁은 테러주의에 맞선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는 실질적으로 파산 상태이며, 모든 종류의 사회복지 사업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과 점령으로 인한 비용이 2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점령으로 인한 비용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는데 2006년 말 미국의 이라크연구그룹이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이 비용이 총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함 -옮긴이) 이미 1991년 첫 번째 걸프 전쟁에서 아버지 부시가 거둔 위대한 승리가 경제위기와 노동자 계급 생활수준에 대한 공격 때문에 완전히 잊힌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아들 부시가 미국의 병원과 학교와 일터들이 문을 닫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해외 전쟁에 쏟아 부은 이처럼 거대한 지출을 정당화하려면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칠 것입니다.
[질문] 당신이 얘기한 최근 이십 년간의 파업에 대해서, 특히 노동자 계급 반격의 새로운 물결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주로 노동조합에 조직되어 있었습니까? 아니면 노동조합 밖에서 일을 벌였습니까?
[로렌 골드너] 제 생각에 1970년대 이래로 노동조합 바깥에서 있었던 많은 투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비공인 파업 물결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73년까지 이어졌는데, 그 물결은 석유위기의 시작과 함께 그리고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쇠퇴가 시작된 것과 함께 끝났습니다. 1973년 이후에 그리고 엄청난 대량해고 이후에, 여전히 일자리를 가진 미국의 산업 노동자들은 그들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행복해 했으며, 더 이상 비공인 파업에 흥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물론 1970년대 이래 어떤 유형의 자주적인 비공인 파업 활동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산업 구조조정과 수십만 명의 정리해고 이후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그들이 실제로 엄청난 양의 힘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를테면 중요한 파업들이 대부분 운송 영역에서 벌어졌는데, 여기서 노동자들은 상품의 순환을 틀어막을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저스트인 타임”(just in time)이라고 하는 일본식 생산방식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잘 모른다고요? “저스트인 타임”이 의미하는 것은 기업이 생산과 상품유통을 이런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즉 팔리지 않은 상품을 쌓아놓는 일이 어떤 식으로도 결코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어떤 상품이 어떤 날 오전 8시까지 배달되도록 되어 있다면, 그 상품을 그날 오전 8시에 배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들이 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반면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이런 방식의 작업구조를 매우 쉽게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1970년대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비공인 파업 활동의 양이 상당하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있는 전체 노동력의 거의 1/3이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으로 비정규직화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틀 밖에서의 비공인 파업에 관련된 활동은, 안정된 일자리에 여전히 고용되어 있으며 모종의 조직을 갖고 있는 노동자들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는 “저스트인 타임” 시스템에 관하여 얘기하는 것입니다.
[질문] 당신이 말한 유형의 노동자 저항은 미국에서 무정부주의-생디칼리즘, 혁명적 생디칼리즘의 부활로 이어질 것 같은데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로렌 골드너] 미국에는 아나코-생디칼리스트 흐름들이 조금 있습니다. 그리고 IWW가 매우 작은 흐름으로 부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작고 주변적인 작업장들에서만 조직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했던 많은 경우에, 기업은 즉시 파산해 버렸습니다. 나는 상황이 좀 더 낙관적이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우 주변적인 조직화 방식에 너무 많이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날 IWW에 대한 기억은 미국에서 여전히 중요하며, 아마 언젠가는 큰 공장의 노동자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신호를 보지 못했습니다.
[질문] 노동자 계급 저항의 새로운 국면이 온다면 일종의 생디칼리스트 형태, 즉 노동조합 조직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로렌 골드너] 현 상황에서 대다수 미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새롭게 등장한 작업의 국제적 구성에 대해 철저히 방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향후 10년 동안, 350만개의 서비스직 일자리가 인도로 넘어가게 될 예정입니다. 동시에 엄청난 수의 공장들이 미국과 멕시코에서 문을 닫고 있으며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노동자들이 이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일종의 국제적 조직에 길들여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안타깝게도, 여기부터 녹음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녹음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토론에서 있었던 질문들을 정리해 놓았는데요, 로렌씨가 답변을 글로 써서 마무리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질문]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수준 하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질문] 일부 반전 활동가들은 최근의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힘 과시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자본주의 권력으로서 미국에 대한 당신의 묘사는 뭔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미국 대외 정책의 본질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 자본주의 축적의 새로운 지구적 축이 새로운 세계 권력으로서 아마도 아시아에서 부상하고 있다는 전망이 있는데,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공산주의 옹호자들은 데카당스 이론을 갖고 그런 주장을 합니다. 즉 현재의 위기는 단지 미국의 지배에 기초한 시스템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 자체의 위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기계 등으로 대체됨에 따라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인 노동력을 훨씬 적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이 더 이상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위기는 아마도 축적의 새로운 축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질문] 좋습니다. 당신이 얘기한 것처럼, 아시아가 새로운 세계 자본주의 권력으로 점진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노동자 계급 운동, 다음번의 혁명적 격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운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여전히 상당한 농업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번의 혁명적 격돌은 1차 대전 이후에 일어났던 일과 유사한 것이 되기 쉬울 것 같은데요. 즉 이 나라들에서의 노동자 운동은 새로운 틀로 나타나는 일종의 사회민주주의 반혁명, 즉 부르주아 혁명의 과제를 완수하고 자본을 발전시키는 (아마도 지금 반세계화 운동의 다양한 사고들에 기초를 둔) 반혁명 속에 갇혀 버릴 것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다른 부분의 프롤레타리아트들 또한 주도적이지는 않다 해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요? 특히 아마도 투쟁이 훨씬 더 국제화되어 갈 것으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