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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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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8 20:09:41, 조회 : 2,192, 추천 : 791 |
산재환자를 거짓 자해 저지른 범죄자 취급하다니
[기고] 다친 것도 억울한데 결근 처리로 월급까지 중단
저의 남편은 올해로 근속 31년째 현대미포조선 보전부 기계정비팀에서 근무합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포굴뚝투쟁”이라 불리우는 사내하청 용인기업 원.하청복직연대투쟁에 함께한 뒤로는 팀 업무인 기계운전 및 정비작업보다는 주로 용접, 취부, 페인팅, 녹 제거 작업 같은 야외일을 해왔습니다. 남편은 흡사 버스운전기사가 버스가 아닌 정비소에서 일하는 꼴이라며 "미포굴뚝투쟁" 이후 수년째 정신적으로 힘들어 해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일해오던 남편은 지난 7월 6일 야외에서 녹 제거 작업을 하다 구조물에 걸려 넘어져 발목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남편은 사고 직후에 주변에서 함께 작업을 하던 담당 조장에게 사고 보고를 했습니다. 이후 담당 작업반장과 팀장이 작업 차량을 가져와 남편의 사고 재연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내 부속의원에 들러 의사 확인 후 안전실에 보고한 다음, 남편은 작업차량에 실려 모 정형외과로 갔습니다. 남편은 정형외과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고 발목 깁스를 하는 동시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미포조선은 남편의 병원치료가 시작되고 23일이 지나서야 요양급여 신청서에 사업주 의견서를 첨부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했습니다. 게다가 요양급여 신청서 접수를 받은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의 의견과 사고자의 주장이 많이 다르다며 출장 문답 조사에 이어 사고현장 조사까지 했습니다.
사고현장 조사에는 근로복지공단 담당자와 남편, 그리고 남편의 상급자와 회사 관계자 등 10여명이 동행했고 남편은 혼자 목발을 짚고 발목 통증을 참아가며 그들을 상대로 산재사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현장조사는 꽤나 장시간 이루어졌고 조사 말미에 남편은 사고 당시 남편의 작업장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남편의 사고 당시 모습을 찍은 CCTV 화면을 실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끝으로 현장조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치료 2개월이 지나도록 산재요양 승인은 나지 않았고 추석은 다가왔습니다. 그 동안 회사는 남편의 병원치료 기간 10여일을 월차휴가 처리했습니다. 거기다 남편의 월차휴가 일수가 떨어지자 어처구니없게도 근태를 이유로 결근 처리하기까지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월급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2개월 10일이 경과하고 드디어 산재요양 승인이 결정났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엄연한 산재환자를 거짓 자해를 저지른 범죄자로 취급했습니다.
남편의 산재사고 발생 당일 상황을 앞에서 밝혔듯이, 현대미포조선은 명백한 사고성 재해임에도 사고 후 23일이 지나서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접수했고 심지어 첨부한사업주 의견서에는 “안전통로를 이용하지 않은 의도적인 사고유발 및 계획적인 행동이라 사료됩니다”, “의사 면담 과정에서 본인이 아프다고 하여 깁스까지 시행하고 입원치료를 요구했습니다”라며 거짓 주장을 했습니다.
사고성 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를 두고 위로는 못할망정 “의도적인 사고유발 및 계획적인 행동이라 사료”된다는 망언을 일삼는 행위는 분명 환자인 남편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자 반인륜적 행위라 생각합니다. 사고 당시 목격자가 없었다고 하는데 사고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는 상급 조장이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목격자의 존재를 운운하는 것은 각자 일에 몰두하는 현장 작업 환경상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회사는 남편이 의사와 면담과정에서 본인이 아프다고 하여 깁스를 시행하고 입원치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도 의사가 판단하지 않고 본인이 입원을 원한다고 그렇게 입원을 하게 허락하는 병원은 대한민국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현대미포조선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사업주 의견서는 소설을 쓴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근로복지공단 또한 사업주 의견과 재해자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겨우 목발에 의지해 움직일 수 있는 환자에게 출장 문답조사와 현장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병원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안정적으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를 오히려 거짓 자해를 저지른 범죄자처럼 대하는 현대미포조선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릴 뿐입니다.
반인륜적이며 거짓 주장이 만연한 사업주 의견서에 대해 현대미포조선 사장의 진심어린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합니다.
현대미포조선은 근로복지공단에 사업주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남편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을 기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처리해야 할 사고성 재해를 2개월 넘게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남편은 졸지에 근무태만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월급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남편과 저희 가족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재발방지 대책은 물론 남편과 저희 가족에게 진심어린 공개사과를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저희 가족 또한 이 건과 관련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재발방지 차원에서 노동부에 산재사고와 관련한 철저한 지도감독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 3개월째 산재사고로 병원치료를 받고있는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한미선(주부) / 2011-09-18 오후 7: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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