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때 팔이 부러져 뼈아픈 고통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보았다. 20대에 물고문, 전기고문을 당해 보아서 죽음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실감했다. 물만 먹는 보름동안의 단식은 이에 비하면 차라리 견딜만했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지금 그 때 기억이 자꾸 나는 것은 만약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8천만 동포 모두가 이 같은 고통의 만 배쯤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쟁을 왜 하려는 것일까. 상식적인 말로 아주 극소수의 이득 보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왕이나 귀족이다. 적을 섬멸해 우환을 없애고 영토를 확장해 공신들이 나눠먹으니 이득이다. 현대는 무기를 만들고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자들일 것이다. 그 옆에서 애국이니 반공이니 자유니 평화니 뭐니 떠들며 전쟁을 독려하는 자들은 권력을 잡을 것이고 앙칼진 목소리의 여류시인은 문화단체의 장을 맡을 것이며 철없는 팔각모의 노병들은 들러리서다가 별 이득 없이 생을 마감할 것이다.
누구든 전쟁을 부추기는 자가 있으면 우리 목숨도 너희만큼 귀하니 총탄도 포탄도 너희가 맞고 대의명분도 너희나 얻고 달콤한 이익도 너희끼리 나눠 먹으라고 과감히 말해야 한다. 극우 보수 세력이 이런 말을 들으면 발끈해서 반역자니 겁쟁이니 하겠지만 사실 전쟁이 일어나면 이들이 제일 먼저 도망가거나 숨을 궁리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며 그 주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알랑방귀나 끼는 기실 겁쟁이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하루도 전쟁이 그칠 날 없는 중국의 전국시대에 맹자가 왕들에게 ‘군사를 많이 징발하고 병장기를 잘 갈고 군량미를 많이 준비한다고 전쟁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먹을 것과 의복이 충분하고 인의(仁義)가 넘쳐서 제 나라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오늘날의 부국강병도 틀리지 않다. 나라는 부자라도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무기가 많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사명감 있는 병사가 없다면 전쟁에서 필패할 것이다. 정의와 평등이 강고히 자리 잡은 공동체만큼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부국강병이 어디 있겠는가.<발췌/울산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