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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17:43:32, 조회 : 2,247, 추천 : 828 |
자본의 세계화가 미국 사회에 가져온 변화와 충격
2006년 2월 2일
양준석
지난해 3월 25일 미국 LA에서는 1백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4월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는 5월 1일 수백만 명이 참여한 전국적인 시위와 행진, 그리고 “노동 보이코트”로 이어졌다. 지난해 봄의 이 사건들은 국내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시위였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으로) 그들을 돕는 자들 모두를 중죄인으로 다스린다는 내용의 법안이 2005년 12월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사건이었다. 이 법안은 대규모 시위에 직면하여 상원으로 가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였지만, 이를 둘러싼 미국 내 소수인종들의 분노는 (이라크 전쟁 및 부패와 더불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사태전개의 배경과 근본 원인이다.
현재 미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천 2백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수의 10%를 넘어서고 있다. 신분상의 불안과 인종적 차별 때문에 극심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미국의 서비스업과 3D 업종 등 밑바닥 노동력을 떠맡으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인 여론주도층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 및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며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체류자들을 단속·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급증은 미국의 거대 초국적 자본이 주도한 ‘세계화’의 직접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초국적 자본이 주도한 (중국과 아시아를 향한) 대규모 공장이동 때문에 중남미 나라들은 산업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경제가 파탄지경으로 내몰렸다. 그러자 실업자로 넘쳐나는 이들 나라로부터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미국을 향해 엄청난 인구가 몰려들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수가 입국 과정에서 체포·추방당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잃고 있지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엄청나게 빨아들이는 상황이 전개되어 왔다.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멈출 줄 모르고 지속된 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자본가들로 하여금 값싼 노동력에 대한 끝없는 욕구를 강제했고, 결국 미국의 자본가들 스스로가 최저기준 이하의 저임금을 강요할 수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대규모로 확대해 온 것이다.
2006년 대규모 시위를 거치며 스스로의 힘을 확인한 미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2007년 메이데이에 더 큰 “노동 보이코트” 또는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완전한 사면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며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초국적 자본의 숨통을 조여드는 운동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미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세계 노동자 민중의 저항 운동이 만들어 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현재진행형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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