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에 대해 권고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13일 제3차 전원위원회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과 법원의 재판지연 개선에 관한 검토’ 안건을 전원위원의 만장일치로 기각시켰다. 이날 자리에서는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이 대법원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역할로서 인권위 영역인지 의문스럽다”, “‘재판지연 사유를 당사자에게 설명하라’는 등의 권고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안건을 부결시켰다.
당초 이 안의 상정 배경은 현대미포조선 해고자였던 김석진씨가 지난 2004년 12월과 2005년 9월 대법원의 재판지연을 이유로 제기한 진정사건을 각각 각하한 이후, 인권위가 법원의 재판지연이 헌법 제27조 제3항에 규정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가능성을 정책안건으로 검토했기 때문. 이에 인권위는 검토됐던 ‘자체 감독기구 마련’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고려해 제외하고, “인권위는 대법원장에게 기간을 도과하게 된 사유를 당사자에게 설명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는 예시주문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하게 된 것.
그러나 이번 인권위 부결에 대해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실현 공대위’ 간사단체인 새사회연대는 14일 성명을 내 “인권위가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재판지연 개선에 대한 권고안을 폐기키로 한 것은 인권위의 기본적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인권위는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우려 등 법원칙을 내세우다가 정작 국민의 인권침해는 뒷전으로 삼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새사회연대는 또 “대법원 심리의 경우 2년 이상 경과한 사건이 약 400여건으로 소송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소송대리인도 심리에 대해 그 경과 등을 알지 못하고 선고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권위는 인권감수성으로 접근해 후속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조합원은 해고 이후 1심부터 대법원까지 총 8년4개월이 소요됐으며, 대법원 판결은 심리 개시 3년4개월에서야 나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