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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만의 바람

김도수	2008-02-04 10:35:02, 조회 : 2,213, 추천 : 770

미포만의 바람 김석진-전사2 | 김도수
2008.01.26 14:38
jisansoo  카페 매니저
http://cafe.naver.com/ptpen/44

막 부를 수 없는 이름

부엌 바닥처럼 말라 터진 입

혓바닥은 용을 써도 움직이질 못하고

헤 벌어진 입으로 마지막 온기를 밀어낸다

저대로 눈 감으면 바로 열사가 되겠지

자식 둘과 함께 쫓겨 눈물로

정든 공장에서 떠밀려 나온 지 3년

행인들도 별로 없고 찬 바람만 부는

버스 정거장 인도에서 노숙 투쟁을 했다.

가리지 못한 새벽 하늘에선 이슬이

자본의 탄압보다 더 무섭게 내리고

무너지는 현장을, 좁아지는 해방구역을

이제는 43일 단식으로 버틴다.

깃발을 들고 연대 투쟁 온 동지들에게

멍한 눈을 들어 인사를 한다.

조선소 앞 마당에 선전물을 뿌리고

미포만 바닷 바람이 되어 온 동지에게

핏줄이 하나도 없는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였다 또한 잊지 않았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음짓는

병든 아이처럼 가벼웠다.

변소 간다고 업어 달라던 그는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 간

입이 노란, 버짐이 하얗게 핀

전선의 꼭두선두에서는 진드기 였다

해가지고 현장으로 진격이 시작되고

침대에 누워 흰 광목에 싸여

산 자들이 힘을 얻어 마구 싸웠다. 다행히도

개 맞듯이 맞고 아홉명이 잡혀 갔다.

천막의 마가을 밤도 녹아 내리고

촛불은 흔들리며 연방 눈물을 떨군다.

누구하나 감히 나서 말려 보지 못하고

**(註) 마가을 = 늦가을

jisan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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