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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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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0 16:45:47, 조회 : 1,991, 추천 : 7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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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0일(일) 현장통신 기자방 기사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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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통신』
제 목 [토론회발제문] 07 대선, 선진활동가들에게 결단을 요구하다!
글 쓴 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 작성 시각 2008-01-20 오후 1:00:31
조 회 수 12 첨부 파일 대선평가,전망,과제.hwp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 1월 월례토론회를 갖습니다.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노동자에게 이는 거대한 공격과 재앙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공격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노무현 정부에 실망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본가출신 대통령이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 오히려 노동자의 고통을 더욱 확대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노동자계급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개량주의, 선거주의 정당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반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시기는 자본주의 착취질서에 근본적으로 맞서고, 현장노동자들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투쟁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결집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은 ‘대선 평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노동자투쟁의 과제, 사회주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열린 토론을 하고자 합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역전시킬 길을, 도탄에 빠진 노동자의 삶을 책임질 길을 함께 찾아봅시다!
- 지역별 토론 일정 -
[서울] 1월 25일(금) 오후 7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
[충청] 1월 26일(토) 오후 6시, 충남노동자교육문화센터
[울산] 1월 26일(토) 오후 8시, 북구비정규센터(홈에버투쟁 이후)
[광주전남] 1월 26일(토) 오후 5시, 금호타이어 복지관 2층
07 대선, 선진활동가들에게 결단을 요구하다!
-가칭) 사회주의노동자연합 1차 월례토론회 발제문
1. 이명박 정부의 등장, 다시 노동자운동에게 방향을 묻다!
2007년 대선이 막을 내렸다. 제도 언론들은 이명박의 48.7% 득표율, 그리고 이회창과 합산한 65% 득표율을 거론하며 보수 세력의 완전 승리를 타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질문한다. “BBK 동영상 공개로 이명박 당선자가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명명백백하게 폭로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마치 불가사의한 현실을 보는 듯 놀라자빠지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후진성을 거론하면서 핑계대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후진성과는 거리가 멀다.
‘우파 정치세력의 약진’은 이른바 민주주의가 안착되어 있다고 하는 유럽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르주아 우파 정치세력과 부르주아 중도주의 정치세력, 나아가서 개량주의 노동자 당, 개량적 사회민주당”이 시계추처럼 번갈아가면서 정치무대의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시계추 진동운동은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때마다 부르주아 언론들 혹은 개량주의 언론들은 “좌파 압승 우파 몰락, 혹은 우파 압승 좌파 몰락”으로 묘사하면서 대서특필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부르주아 언론과 개량주의 언론의 편협한 시각을 반영할 뿐이다. 이들은 “자본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정치적 전망”말고는 사고하지 못한다. 나아가서 이들은 그런 전망 말고는 노동자 민중들이 사고하지 말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당연히 그들은 찻잔 속의 폭풍에 지나지 않는, 비슷한 정치세력들 사이의 쟁투를 좌우파의 격렬한 대립으로 묘사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이것은 노동자 민중들을 자본주의를 지지한 채, 단지 그 내에서의 약간의 정책 차이만을 갖고 있는 부르주아 좌우파 정치세력의 영향력 하에 묶어두는 기만적 장치다.
이런 기만적 장치는 이번 한국 2007년 대선에서도 유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주아 언론들, 개량주의 언론들 모두는 이번 대선을 “좌파의 참패와 우파의 약진”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참패한 좌파 정부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부는 자본주의 정부이고, 노동자 민중에게 적대적인 우파 정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5년 동안 수행한 정책들을 보라. 이것들은 유럽의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들의 정책들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은 우익적인 자본주의 정책에 불과했다. 이명박 신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의 정치적 “계승자”이자, 더 적극적인 집행자일 뿐 “대립자”는 결코 아니다.
이러한 계급적 관점에서 이번 대선의 결과들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바로 이로부터 “계급투쟁의 정치적 방향”을 똑바로 세워내는 것이 현 시점에서 혁명적 투사들과 선진노동자들의 가장 절박한 정치적 임무다.
객관적 토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아직 어마어마한 규모로 신규 시장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계시장은 갈수록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적절한 이윤율을 보장해주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대한 과잉 자본들이 금융투기자본이 되어 전세계를 배회하면서 수시로 국지적 경제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경쟁의 압력을 무한대로 증폭시키고 있다. 무정부성과 경쟁의 압력, 낮은 이윤율이 삼박자를 이루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여력이 자본주의 체제에게는 더 이상 없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실업률, 도처에서 터져나오는 전쟁, 널뛰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 때문에 수시로 발생하는 파산자들, 터질듯이 부풀어오르는 경쟁의 압력에 의해 계속 확대되는 도산, 대량 해고, 비정규직화, 노동강도 증대, 임금수준 악화 등이 현재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것들이다.
자본주의 호에서 과감히 뛰어내려 사회주의 호로 갈아타지 않은 채 자본주의 호에서 생존을 도모한다면 운명은 정해져 있다. 침몰하는 자본주의 호와 함께 노동자 민중, 나아가서 인류의 운명이 거대한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인류가 발전시켜온 문명들, 생산력들이 공황과 전쟁 등으로 파괴당하고, 노동자의 생존은 더욱 위태로운 상태로 내몰리고, 민주주의적 성과들은 유실되며 인류의 역사가 엄청나게 뒤로 후퇴하는 그러한 전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이미 냄새가 진동하며 썩어들어가고 있는 세계자본주의 체제는 “사회주의로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야만주의로 추락할 것인가”를 전세계 노동자 민중들에게 정면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제 계급의 배열 상태
쇠퇴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모든 계급들에게 피할 수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안정된 일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조차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의 해고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인상률을 겨우 쫓아가기 바쁜 낮은 임금은 노동자들의 생활처지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퇴직연령은 강제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열배 이상 증폭시키고 있다. 이것은 가장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도 다음의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탈출구는 도대체 어디인가?”
그 맞은 편에는 자본가계급이 있다. 경쟁의 압력, 파산의 위협, 좁아지는 시장, 적절한 이윤율을 약속할 수 있는 투자처의 축소 등은 자본가계급의 포악성과 잔인함을 백배 이상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의 구호는 이렇다. “가급적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언제든지 해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하다가 지쳐 죽어도 상관없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노동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소한의 임금으로 부려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항의 모든 권리들은 파괴되어야 하고, 정부는 이 파괴 작업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쇠퇴는 중간계급 하층에게도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가난한 빈농들, 도시빈민들, 영세상인들에게 자비를 베풀 여력이 자본가계급에게는 없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쥐꼬리만한 시장이라도, 가령 동네의 수퍼마켓, 자그마한 재래시장이라도 잡아먹으면서 대자본을 위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에서 축출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갈 곳이 없다. 반동화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새로운 일자리를 열어주지 못한다. 그 대신 이미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마저 해고시켜야만 한다. 갈수록 좁아지는 이 시장에 실업자들까지 가세함으로써 여기에서 경쟁의 압력은 최고조에 달하고, 반동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본모습이 가장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들의 일부는 범죄자가 된다. 이들의 다수는 분노에 차서 외친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달라! 열렬히 따르겠다!”
계급투쟁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압력, 그리고 이 압력을 반영하는 제 계급의 상황은 계급투쟁을 전면화시킬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의 생존의 길은 간단하다. 자본가계급의 이윤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생존, 무정부적 생산이 아닌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와 생산능력을 고려한 계획적 생산, 경쟁이 아닌 전세계적 협력의 길을 의미하는 사회주의로 대담하게 전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 고난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노동자계급에게 고난은 조금도 낯선 것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실업, 비정규직, 산업재해, 저임금), 바로 그것만큼 고난스런 삶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회주의의 길은 이러한 “임금노예의 고난의 길” 대신 “고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노동해방의 길”을 제시할 뿐이다.
노동대중은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노동자운동이 전체 노동계급에게 이런 혁명적 탈출구를 제시할 수 없다면, 노동계급대중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의 세례를 전혀 받지 못한 다수의 후진적 노동자들은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썩은 지푸라기’가 이명박 정부다. 이것은 소상인들, 소농민들과 같은 중간계급 하층에게도 동일하게, 아니 더욱 적나라하게 적용된다. 이미 지속적인 파산 앞에서 더 이상 참을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기 시작하고 있으며, 만성화된 룸펜 상태로부터 도덕적, 이성적 판단능력마저 잃고 있는 이들은 ‘구원을 약속하는 어떤 말’일지라도 믿고 따를 태세가 되어 있다. 사기꾼 이명박은 이들 앞에 ‘구원의 메시아’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잠시 성공했다.
이명박의 슬로건은 간단했다. “부패하는 자본주의를 노동자 민중의 피로 수혈하자. 자본가들에게 이윤추구를 위한 완전한 자유를 제공하자. 노동자운동을 무장해제시키자. 자본가 정부가 자본가법률을 단호하게 집행하도록 만들자. 그러면 기업이 살고, 국가경쟁력이 회복되어 일자리가 늘고 장사도 잘 될 것이다.”
노동계급의 운명을 개척할 단 하나의 길
약 10여년 동안 한국 자본가계급의 지배 전략은 이러했다. “노동운동의 개량주의 관료층과 적절히 거래하고 그것을 통해 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자 조직들을 통제해나가자. 그래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솟구친 노동자운동의 힘을 야금야금 진압하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자본가계급이 부여한 그 역할을 충실히 집행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한국 노동자계급에게 혁명적 대안을 제창하고 단결과 투쟁을 통해 그것을 인도해야 할 선봉장이 바로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노조관료층은 이들의 투쟁의지를 무참히 파괴하면서 자본가 정권과의 거래에 집착했다. 정리해고제를 수용하고, 비정규직 확대를 방조한 대가로 그들은 합법성을 구걸했다. 이러한 합법주의적 굴종과 개량주의적 타협성은 그들이 주도해서 만들었던 민주노동당에 그대로 각인되었다.
이것은 재앙이었다. 개량주의 지도자들에 의해 사회주의, 그리고 노동자 투쟁과 연대라는 단 하나의 탈출구가 봉쇄되고, 이들이 노동대중 위에 군림하는 관료로 더욱 확실히 변질하기 시작하자, 노동자운동을 향하던 노동대중의 발걸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저 정도면 자본가 세력들과 무엇이 달라?”라고 느끼면서 노동대중은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운동의 핵심적 부위인 조직 노동자 부위를 야금야금 파괴해서 충분히 약화시켜 놓았다고 판단한 자본가계급은 이제 더 대담하게 덤벼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그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세력들에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공권력의 위엄을 높여야 한다.”(매일경제신문) 이것은 노조 관료층과 개량주의 지도자들의 배신과 사기 행각 속에서 계속 파괴당해온 현장의 노동자투쟁력을 계산하면서 자본가들이 느끼는 자신감 - 이제 노동자운동에 더 강력한 공세를 펼쳐, 87년 이전으로 되돌릴 때가 되었다! - 의 표현이다. 이명박 정부의 역할은 바로 그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대변해내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을 없애겠다. 불법파업을 없애고 사회기초 법질서를 확립하면 경제도 앞서 갈 수 있다.”(이명박 선거유세문)
이에 맞서면서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 사수해온 모든 단결투쟁의 권리들, 조직화의 권리들, 사상의 자유들을 지키면서 전진하기 위한 길은 분명하다. 혁명적 사회주의라는 단 하나의 탈출구를 모든 노동대중 앞에 제기하고, 그 탈출구를 향해 “전투적 투쟁, 강력한 연대”의 기치를 들고 전진하는 노동자운동을 건설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잠시 현혹당하고 있는 후진적 노동대중을 이명박과 같은 세력으로부터 단호하게 분리시켜 혁명적 노동자운동의 당당한 일부로 합류시킬 것이다. 또한 몰락하는 중간계급 하층들을 이명박의 가짜 탈출구가 아닌, 혁명적 노동자운동이라는 진정한 탈출구를 향해 결집시킬 것이다.
2. 계속되는 환멸, 그리고 새로운 기회
경쟁의 압력, 파산의 위협, 좁아지는 시장, 적절한 이윤율을 약속할 수 있는 투자처의 축소 등은 자본가계급의 포악성과 잔인함을 백배 이상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은 굶주려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사자떼처럼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윤율을 회복하려” 발악하고 있다. 이들의 구호는 이렇다. “가급적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언제든지 해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하다가 지쳐 죽어도 상관없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노동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소한의 임금으로 부려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항할 수 있는 모든 노동자 조직들은 파괴되어야 하고, 정부는 이 파괴 작업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갈수록 오른쪽으로 밀어붙인다. 1914년에 발발한 자본주의의 전세계적 위기 국면에서 등장했던 파시즘의 정책들, 즉 노동운동과 노동자 조직에 대한 파괴적 공격,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극한까지 공격하는 착취 강화, 소상인들과 같은 몰락하는 중간계급을 극우 세력의 물리력으로 조직하는 것 등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구사대 폭력, 경비대 도입, 지역 상인들을 파업 반대 집회로 동원하기, 비정규직 확산 등이 단적인 예이다. 물론 당시에 등장했던 파시즘만큼 노골적이고 전면적인 극우 세력은 지금 당장 전면에 부상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은 분명하다. “전면적인 사회적 위기 국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기에도 자본가계급,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20세기 전반부에 등장했던 파시즘의 정책들과 공격성들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무엇이 이것을 강제하는가? 다름 아니라 더욱 더 쇠퇴하면서 모순이 격화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 체제다. 이 체제는 20세기 전반부의 사회적 위기(세계대공황과 세계대전)만큼 첨예한 사회적 위기 국면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노쇠하고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갖가지 모순과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반동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 반동성은 자본가계급의 골수에 각인되고, 이들을 대변하는 자본가 정치세력들의 ‘우익화’를 강제한다. 아직 사회적 위기 국면이 본격화되지 않았기에, 극우파들은 무장된 파시즘 세력으로까지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동화 추세는 너무나 분명하다. 부르주아 중도주의 세력들은 20세기 전반부의 부르주아 중도주의 세력들(자유주의 정당들)보다 훨씬 더 우익적 색채를 띤다. 절대적으로 비교한다면, 그들의 정책은 20세기 전반부의 부르주아 우익 세력들의 정책과 대동소이하다. 또한 부르주아 보수파들의 정책은 20세기 전반부의 파시즘 정책과 비슷하다. 다만 무장된 힘으로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심지어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장치들까지 거침없이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의미의 파시즘과 구별될 따름이다.
그와 동시에 분명히 해야 할 지점이 있다. 사회적 위기 국면에만 파시즘의 정책이 관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별 자본가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정치적 맥락에서도 그대로 유효한 경우가 많다. 개별 자본가는 도산이나 영업 적자 등의 첨예한 위기 국면에서만 노동자 조직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폭력적 공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과 의식이 약화되는 순간,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마찬가지다.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노동운동의 힘이 약화된 틈을 절대 놓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공략해 노동운동의 진지들을 파괴하고자 애쓴다. 특히나 일상적 시기에 이미 자본주의의 쇠퇴가 본격화되고, 모순이 축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작동 원리는 그것을 반영할 것이다. 90년대 초반 이래 약화되어 왔던 노동운동, 특히 주요 현장 거점들에서 자본가들이 일궈놓은 성과들을 이명박 정부는 그냥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파고들면서 노동운동의 제반 성과들을 최대한 무너뜨리려는 도발을 거듭할 것이다. 이 도발의 배후 지원을 업고서 자본가들은 한국 노동운동이 이룩해낸 역사적 성과들 중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성과들을 무로 돌리고자 체계적으로 덤벼들 것이다. 그리고 노동대중의 삶을 더욱 절벽 밑으로 추락시키기 위한 온갖 공격을 자행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결코 이것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다.
대대적인 환멸은 노무현 정부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까지 덮칠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승리는 몰락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그들은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달성하려 하는가? 쥐꼬리만한 복지정책마저도 축소시키고 자본가들에 대한 세금을 대폭 낮추는 것, 종합부동산세 대폭인하, 기업에 대한 온갖 규제 철폐, 대기업의 시장 확대 허용, 산업자본의 금융진출 허용, 노조운동에 대한 탄압과 자유로운 해고와 같은 노동악법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기대에 정반대로 응답하는 것이다. 지지자들의 다수가 분노에 찬 반대자들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지금 칼 끝에 올라선지도 모르고 환호하고 있을 뿐이며, 그들의 운명은 노무현 정부의 운명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문제는 노동자 민중들의 커져가는 분노와 실망을 담아내 혁명적 계급투쟁으로 모아낼 정치적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느냐 있다. 유럽의 상황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90년대 내내 높아지던 우파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는 이어지는 시기에 환멸로 바뀌었다. 이제는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이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노조관료층에 통제당하던 노동대중은 프랑스에서, 그리스에서, 터키에서 새로운 활력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 노동자계급 또한 이런 길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길을 단호하게 걷는 대신, 한나라당의 공세에 혼비백산해서 정동영과 같은 자본가 세력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자본가들에게 ‘타협과 상생’을 호소하면서 더욱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면 그것은 가장 확실한 재앙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길이 “중소자본가들과 함께 가는 길을 제창하고, 중소자본가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씨의 길이고, “사회적 공화주의”를 제기하며 “유럽식의 보수 자본가 당과 개량주의 사회민주당의 양날개 경쟁 구도”를 현 시대의 진보로 떠들어대는 사회당이 가고 있는 길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다. 다른 길은 없다.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건설할 것이냐 아니면 개량주의 세력에게 노동운동을 내맡기고 추락할 것인가?”
80년대와 90년대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환상으로부터 노동자들은 깨어나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연결된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민주주의의 퇴보’로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로 본다. “노동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통해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깨어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노동자들의 문제의식과 고민들은 더 근본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대중의 좌익화를 만들어내는 객관적 토양이 성숙하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놀음’은 노동대중으로부터 아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노동대중은 여러 경험 속에서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확대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 기꺼이 투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아무것도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 없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안착되었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노동대중에게는 아무런 실권이 없다. 우리는 단지 투표소에 가서 우리를 지배할 자들을 정기적으로 선출할 뿐이며, 이들은 누가 되건 관계없이 우리의 삶을 악화시키고 우리의 정치적 권리를 실제로는 박탈하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우리를 허수아비 주권자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노동자계급이 완전한 해방으로 전진하는 데서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할 “경험의 학교”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가장 큰 의미는 광범위한 노동대중으로 하여금 ‘부르주아 정치체제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점, 고로 노동자계급은 혁명적 노동자 민주주의(노동자권력)로, 그리고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경제혁명으로 전진해야만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자들을 제외하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적 좌익화”는 현상적으로 볼 때 극히 모순적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혁명적 대안이 정치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때, 이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면서, 그리고 이 체제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정치세력들을 “우익”으로 몰아붙이면서 혁명적 노동자 정치운동의 방향 즉 노동자권력을 향한 지향으로 분출된다. 그 근본 토대에서의 “대중의 좌익화”는 “정치적”으로도 분명하게 좌익화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만약 혁명적 정치대안이 부재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 정치적 기권주의, 즉 수동적 보이콧이 노동대중 사이에서 발전한다. 이들은 “그 놈이 그 놈이고, 이런 정치세력들 사이의 난장판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이것은 선거불참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가 오래될수록,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경험이 오래되면 될수록 이런 층은 두터워진다. 소위 선진국의 낮은 투표율은 그것을 표현한다. 이것은 이번 한국의 대선에서도 이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둘째,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해 환멸을 느끼지만, 이를 대체할 대안을 찾지 못하는 노동대중의 상당수는 부르주아 정치세력, 그리고 개량주의 정치세력들의 영향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 결과 노동대중은 때로는 부르주아 중도주의자들(한국의 경우 통합신당이나 문국현 세력, 유럽의 경우 중도주의 자본가 당)이나 개량주의 세력들(한국의 경우 민주노동당, 유럽의 경우 개량적 노동당이나 사회민주당)의 영향력 하에 포섭되고, 때로는 부르주아 우익(한국의 경우 한나라당, 유럽의 경우 보수당)의 영향력에 빨려든다. 이것이 시계추 운동과도 같은 “자본주의 내의 정권교체” 그리고 “이른바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현상을 낳는 원인이다.
두 세력 모두의 성공의 비결은 간단하다. 노동대중이 혁명적 방향의 대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상대방의 실정과 한계를 공격하면서 거짓 공약을 일삼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의 성공 비결도 바로 그것이다. 대중들을 “노무현 정부, 즉 통합신당의 실정과 한계”를 공격하면서 자기 지지 기반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얼마 뒤에는 반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통합신당과 같은 부르주아 중도주의 세력들이 한나라당과 같은 부르주아 우익 세력의 실정과 한계를 공략하면서 대중들을 파고들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이런 시계추 운동은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폭풍”이다. 여기서는 진정으로 정치적 의미에서의 대중의 좌익화나 우익화를 거론할 여지가 없다. 당장 대중들이 부르주아 우익을 지지할지라도, 그것은 혁명적 대안의 부재 상황이 강요하는 제한적인 정치적 우경화일 뿐, 근본적인 우경화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이런 과정 속에서 노동대중이 “근본적 문제의식”를 발전시키며,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경험의 학교”를 통과하면서 진정한 “좌익적 전망” - 노동자 권력 수립과 생산수단의 사회화 - 을 붙잡을 수 있도록 훈련된다는 점이다. 만약 부르주아 정치세력들, 개량주의 정치세력들, 그리고 이들의 선전 선동 매체들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그것이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노동대중들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경험의 학교”를 이미 졸업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 경험을 흡수 소화해내서 정치세력화시킬 수 있는 “혁명적 정치대안”을 시급히 일정에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간계급 하층을 노동자운동의 지지 세력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전망
쇠퇴하는 자본주의는 현재의 일상적 국면에서도 중간계급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회적 위기 국면만큼은 아니더라도, 중간계급 특히 그 중 말단부이며 가장 숫적으로 많은 중간계급 하층들의 동요성은 극히 높다. 그러나 이들 중간계급 하층들에게는 독자적 전망이 없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대안 - 사회주의 - 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자본가계급의 뒤를 따라야 한다.
노동계급의 편으로, 혹은 자본가계급의 편으로 어디든지 향할 수 있는 이 “중간층”의 동요성은 현재 한국에서는 전적으로 자본가계급의 편으로 향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고, 개량주의자들의 전망이란 이들 중간계급이 생각하기에는 미지근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며 현실적 전망도 결여한 형편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부르주아 우익 정치세력이 중간계급의 동요성을 자기의 영향력 하에 흡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중간계급의 지지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포위 공격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당분간 중간계급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할 것이고, 힘을 실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멀지 않은 시기 내에 다음이 분명해질 것이다. “중간계급의 분화가 시작될 것이다. 더 노골적인 자본주의 정책에 의해 더 많은 이익들을 얻어낼 수 있는 중간계급 상층 - 예컨대 부유한 상인들, 부농들, 의사들 등 - 은 계속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반면 중간계급 하층은 이명박 정부, 다시 말해 자본주의 정책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다. ‘단지 곧 약발이 떨어질 거짓 약속’만이 존재할 뿐임을 그들은 장사가 안 되고, 파산의 위협이 계속 강화되면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다시 한 번 ‘노동자계급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자본가계급을 지지할 것인가’를 그들에게 묻게 된다. 만약 노동자계급이 제시하는 혁명적 대안이 있다면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편으로 향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다음은 다소간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운동에 대한 공세를 위해 당분간 중간계급의 지지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중간계급 하층에 대한 정치적 대안으로 떠오르기에는 아직 허약한 한국 노동자계급은 당분간 중간계급 하층의 지원 부대 없이 홀로 자본가계급에 맞서 투쟁해야 할 것이며, 중간계급 동요성과도 체계적으로 맞서야만 할 것이다. 중간계급의 동요성에 휘둘리지 않고 혁명적 노동운동의 길을 제대로 가는 것, 그것을 통해서만 비로소 중간계급의 동요성을 제압하고 그들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중간계급 하층을 노동자계급운동의 지지 세력으로 조직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정치적 역설과 미래
이처럼 계급투쟁의 기초는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객관적 기초가 정치적으로 번역되어 나타나는 것은 직접적 일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모순적인 정치역학 프리즘에 의해 굴절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객관적으로 볼 때, 사회적 위기 국면(이것은 세계자본주의의 전면적인 모순의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다)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으로의 사회적 양극화는 분명하다. 이것은 정치적 무대에서도 동일하게 관철된다. 자본가계급의 입장을 노골적이고도 더 전면적으로 대변하는 부르주아 우파 정치세력들이 자본가계급 내에서 주도권을 형성하지 않을 수 없다.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추세를 고려할 때,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의 우향 우 행보는 가속화될 것이며, 통합신당과 같은 부르주아 중도주의 세력들의 입지는 가면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이들의 색깔 또한 가면 갈수록 부르주아 우파 세력들의 색깔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반동화될 것이다. 이는 이미 노무현 정부가 적나라하게 증명했던 바이기도 하다.
부르주아 자유주의(중도주의) 세력의 우향 우 행보 앞에서 민주노동당이 취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이 빠져 나간 빈 공간을 메우자. 그러면 열우당과 같은 영향력 있는 지위를 우리는 획득할 수 있으며, 집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지도자들의 심리상태고, 그들이 취하는 정책의 본질이다. 이것은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들을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의 정책을 대신하는 2중대의 위치로 확실히 인도한다! 개량주의 정치세력은 이런 식으로 쇠퇴하는 자본주의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인민전선 정책’(노동자계급의 정책을 포기하고 반우파 전선이란 이름으로 자본가계급 좌파(?) 혹은 중간계급의 정책을 채택하면서 계급협조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오직 더욱 더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노동자계급 정치세력을 통해서만 반동적 자본가 정치세력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이 가능해진다. 이 투쟁은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절박한 현 시대의 역사적 과업의 완수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노동자계급이 정치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계급투쟁의 격화를 야기하는 객관적 토대는 정치적으로 번역될 때는 자본가계급 정치의 반동화와 노동자운동의 위기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치적 수준에서도 “쇠퇴기의 자본주의의 망령”이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나마 존재했던 부르주아 민주주의마저도 반동화된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민주주의 일반의 파괴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결국 경제적 수준에서 생산력의 보호와 발전이 사회주의로의 전진을 통해서만 가능해지듯이, 정치적 수준에서도 인류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성과들의 보호와 확대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주주의, 즉 노동자 권력 수립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몰락과 이명박 정부의 등장, 그리고 이어질 자본가계급의 더욱 강력한 공세는 모두 “위기이자 기회이다!” 노동자 권력을 향한 혁명적 노동운동을 건설해나가는 전망을 열어낼 수 있다면 ‘절호의 기회’지만, 만약 그 전망을 열어나가지 못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로 역전될 것이다. 모든 선진활동가들이 지금 당장부터 정치적 힘을 모아야 할 정세적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3. 민주노동당을 넘어서서 혁명적 노동자계급당을 향하여
1) 민노당 좌파도 전혀 대안이 아니다.
대중들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할 당이 필요하다!
대선 참패를 계기로 불거진 민주노동당의 내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종북주의(북한 추종주의) 청산”을 내걸고 있는 당내 ‘좌파’는 다수파에 맞서 분당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조직적인 탈당 움직임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내분 사태는 당내 양대 세력이 그 동안 어떻게 같은 당 안에서 동거할 수 있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서로에 대해 적대적이고 신랄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중대 노선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신랄함과는 달리 정작 민노당 몰락과 대선 참패의 진정한 원인과 교훈에 대해서는 양대 세력 모두 철저히 비껴가고 있다. <가자! 노동해방>은 지난 준비1호에서 민노당 대선 참패 원인은 노무현정권 2중대 노선을 끝내 벗어던지지 못한 것, 그래서 노무현정권과 함께 동반심판을 받은 것임을 지적했다. 그간 민노당의 거듭되는 위기와 추락의 본질이 자유주의 세력 2중대 노선이라는 것은 전혀 심오할 것도 없는 대중적 상식으로, 이번 대선 참패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민노당은 노무현정권 하에서 심화된 빈부 양극화, 비정규직 급증, 상시적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으로 신음하는 대중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조직하는 세력이 되지 못했다.
정리해고, 계약해지, 외주화, 빈곤과 실업의 만연 등, 반동화 된 자본주의가 대중들의 생존권에 대한 공격을 전면화하는 정세 속에서 노동자 정당이라면 마땅히 대중들의 고통과 분노를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돌려놓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즉각적인 자본주의 타도와 혁명을 선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리해고 ․ 외주화 반대, 구조조정 저지 등, 자본의 공격에 맞선 대중의 생존권 방어투쟁들이 끊임없이 표출되어 나왔다. 노동자당이라면 마땅히 이 투쟁들을 어떻게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에 모든 전략전술적 ․ 실천적 고민을 집중시켰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정규직 철폐”, “주30시간제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노동자 통제권 도입”, “재벌 몰수 ․ 국유화” 등 자본주의를 침해해 들어가고 자본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요구들과 프로그램을 내걸고 대중들을 결집시켰을 것이다. 이것만이 반동화 된 자본주의가 대중들에게 가하는 고통을 없앨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민노당은 그 길을 취하지 않았다.
반자본주의 투쟁노선 거부 → 반한나라당 인민전선으로
그 대신 민노당은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 교체”론에서 보듯, 노무현정권/열우당과 “진보개혁”을 놓고 경쟁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했다. 반자본주의가 아닌, 반한나라당 전선을 뜻하는 “진보개혁”의 정치 슬로건으로 열우당의 지위를 대신해 들어가려는 이 같은 민노당의 전략 속에서 대중들은 열우당 2중대를 발견할 뿐이었다. (더구나 노무현정권의 개혁진보라는 것이 이미 대중들에게는 노동유연화/ 신자유주의 공격과 동일시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민노당이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쳤지만, 대중들에게 비쳐지는 민노당의 모습은 정작 신자유주의 공격을 집행하는 노무현정권에 맞서서 투쟁하는 반대세력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진보개혁세력, 즉 “범여권”이었다. “범여권”으로 분류된 것은 이 같이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열우당과 경쟁하고자 한 민노당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었다.
‘수구세력’ 한나라당에 맞서 열우당과 개혁공조를 하는 민노당, 탄핵에 반대하여 노무현정권을 비판적 지지하는 민노당의 모습을, 대중들은 민노당의 본 모습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다. 대중들의 착시현상이 아니라 제대로 본 것이다. 그리하여 열우당(통합신당)과 함께 범여권으로 동반 심판을 받고 동반 몰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열우당을 대신하여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하는 민노당의 갈망은 민노당의 운명을 대중들로부터 분노의 표적이 된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 즉 열우당/ 통합신당의 운명과 하나로 묶어버렸다. 반자본주의 투쟁강령 대신 “진보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반한나라당 인민전선의 길을 취한 대가는 이처럼 혹독한 것이었다.
분당파가 대안이 될까?
민노당 몰락 위기의 본질은 정확히 이 같은 계급협조적인 2중대 노선이다. 이 2중대 노선 문제를 비껴가는 모든 “혁신”과 “제2창당” 등의 논리는 적당히 겉포장을 바꿔서 2중대 노선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종북주의 청산을 내걸며 분당을 불사하고 있는 평등파 일부 세력 역시 민노당 몰락의 근본 원인을 호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도 2중대 노선에 책임이 있는 이들 분당파는 몰락의 모든 책임을 종북주의에 떠넘겨 ‘2중대 노선 대 반자본주의 투쟁노선’이라는 진정한 쟁점이 불거지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종북만 아니면 2중대든 뭐든 노선을 불문하고 다 모이는 신당을 만들 계기를 확보하려고 한다.
실제로 현재 분당론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종북주의 비판의 논리들을 보면 좌익적 비판보다는 사민주의에서 심지어는 자유주의에까지 이르는 우경적 성격의 비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세력들을 모아놓는 “좌파신당”이라면 민노당 못지않게 노동계급운동의 전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들 분당파 세력은 이번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사회연대전략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분당을 통해 만들려고 하는 당이 결국 사회연대전략 같은 사민주의적 계급타협 전략을 기치로 하는 당이라면, 민노당의 계급협조주의를 다른 형태로 재생산하는 당 밖에 더 되겠는가.
그러한 당은 비정규직 철폐투쟁 대신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완화시키고자 계급타협 전략을 추구하는 당일 것이다. 정규직의 임금 양보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시키겠다고 하여 정규직․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투쟁 대신 비정규직노동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만들고 정작 책임져야 할 자본가들을 은폐시켜주는 당일 것이다.
분당파는 또한 민노당이 “민주노총 당”, “정규직 당”을 벗어나지 못해서 현재와 같은 몰락의 위기를 맞았다고 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당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당”이란 것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확대하고자 분투하는 당이 아니라 사회연대전략 하에 비정규직노동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당이라면 볼 짱 다 본 것 아닌가.
나아가 “정규직 당”이라는 문제는 민노당이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심지어는 통제, 억압하는 대기업 정규직노조 관료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당이라는 데서 오는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 분당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전진’이야말로 민주노총 좌파관료들의 최대 아성이 아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당”이라는 말이 전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다.
민노당 몰락 위기를 맞아 제기되고 있는 “제2창당”이나 “좌파 신당”이나 그 어느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자본의 공격에 맞선 대중들의 생존권 방어투쟁을 받아 안고 이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전선으로 확대 재편시키는 데 나서기를 거부하는 당이라면 그 어느 당이든 희망은 없다.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자당 - 정세가 요구하는 대안!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대중들의 고통과 삶의 파탄이 병든 자본주의 체제의 발악과 맞닿아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에 대한 공격이 자본주의 모순 격화 속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공격을 승계 받아 이를 전면화 시킬 이명박정권 하에서 빈부 양극화, 비정규직 급증, 고용불안과 실업 만연 사태는 더욱 가중될 것이고 대중들의 고통과 생활 파탄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정권 교체로 인한 대중들의 기대가 곧 실망과 분노로 바뀌면서 단지 정권에 대한 반대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가게 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열리고 있다. 따라서 현 시기 자본주의의 반동성을 폭로하고, 자본주의의 존속과 대중의 생존권이 양립할 수 없음을 폭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 기초를 가지는 시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서 민노당 내분 사태는 이러한 사활적인 과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대신, 그것을 감추어 도피하는 길을 더욱 열어주는 계기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명박정권의 등장 이후 민노당은 한층 더 반자본주의 투쟁노선으로부터 멀어져 반한나라당 인민전선 노선의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다.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고 자본주의를 침해해 들어가는 투쟁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서 민노당 내분 사태는 오히려 우경화의 물꼬만 틔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민노당 내부로부터 이러한 정세적 과제를 떠안는 새로운 흐름이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기존 민노당도, 좌파신당도 아닌, 지금 필요한 당은 반동화된 자본주의의 모순이 격화하는 정세 속에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도전하고 자본주의에 정면대결 하는 태세를 갖춘 당이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노동자통제권 도입, 재벌 몰수 ․ 국유화 등 대중행동강령을 내걸고 노동대중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하는 당이다.
이것은 미래의 전망이 아니라 정세적 과제다. 지금 필요하며 지금 만들어야 할 당면한 대안이다. 사회주의자들과 선진활동가들이 이러한 대안이 되어주어야 한다. 민노당의 몰락을 딛고 이 대안 만들기에 지금 나서야 한다. 대중들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할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자당! 민노당 내분 사태가 사회주의자들과 선진활동가들에게 제기하는 정세적 과제다.
2) 더 이상 민주노동당에 노동자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노동계급적인 혁명적 투사조직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
2007년 12월 대선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기대치에 턱없이 부족한 득표율의 원인을 둘러싼 내부 비판과 논쟁이 활발하다. 그 중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국회의원이 했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자 당원들의 탈당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란 지적이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의 위기의 “심장”이 정확히 담겨 있다.
민주노동당의 형성 과정,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이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노동운동의 대중적 경험과 열망” -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 을 흡수하는 거의 유일한 당이라는 점이 깔려 있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의 다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문제는 바로 이와 같은 “성장의 토대”가 붕괴되고 있음을 이번 대선이 명백히 보여준 것이고, 이것을 직시한 것이 노회찬 의원의 발언이었다.
민주노동당을 믿을 수가 없는 노동자들
민주노동당은 노동대중에게 외친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여기서는 그들의 정책이 “진정 비정규직 철폐인지 아니면 단순한 차별 완화”인지, “모든 유형의 해고 철폐인지 아니면 단지 해고 요건을 조금 까다롭게 만드는 정도인지”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 더 기본적인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대중은 민주노동당의 약속에 대해 믿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의 “힘”과 “행동”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힘, 가령 전체 자본주의 생산을 과감하게 멈추는 노동자 총파업투쟁과 같은 결정적 전망과 대립되는 선거주의적 길을 추구해왔다. 민주노동당은 총파업이 노조 관료층의 배신과 우유부단함, 흉내 내기 등에 의해 파괴되고 유명무실화될 때마다,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고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대안이며, 총파업 대신 이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민주노동당 표를 위해서는) 과격한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 결과 노동운동의 힘을 파업투쟁의 위력을 통해서 우선적으로 느끼고 확인하는 노동대중은 민주노동당이 대표하는 조직된 노동운동의 힘에 대해 불신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느끼는 노동운동의 상태란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계속 수세로 내몰리는 허약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허약성은 개선될 가능성은커녕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그들은 본다.
공약(空約)으로 추락하는 공약(公約)들
또한 방대한 노동대중은 조직된 노동운동의 행동을 보면서 민주노동당의 약속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대답한다. 그런데 현재 조직된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노조운동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대담한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금속노조는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도입을 합의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으로 대놓고 규정한 정갑득과 같은 인물이 위원장을 해먹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접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 간부들의 대다수는 비정규직 문제에 사실 무관심하다.
실업자 문제에 이르면 상황은 더욱 비극적이다. 노동대중이 보기에 조직된 노동운동은 조합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마저도 막을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들, 즉 투쟁회피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노조 지도자들의 대부분이 바로 민주노동당 핵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개량적이고 선거주의적인 실천 자체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영향력이란 매개고리를 통해서 이런 상황을 강력히 조장하고 있다.
결국 노동대중은 민주노동당의 약속마저도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의 껍데기 공약과 똑같은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노동대중의 상당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보다는 기권하는 편을 선택한다. 일부는 차라리 그나마 실현가능성을 갖고 있는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을 선택하고 만다. 결국 다음이 분명해진다. 개량주의자들에게 의존해서는 한국 노동자계급은 아주 작은 정치적 도약마저도 불가능하다.
미래가 없는 당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운명은 서구와 브라질의 개량주의 당과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하다. 서구의 개량적 사회민주당과 노동당의 대다수는 최소한 그 출발점에서 만큼은 개량주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정책은 사회주의를 내건 노동계급 정책이었고, 그들은 노동자 투쟁과 연결되고 이 투쟁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그 결과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지지와 신뢰를 끌어낼 수 있었다. 다만 그 당들은 “변질”하는 과정에서 계속 노동대중의 지지를 까먹어왔고, 지지받는 경우에도 그 지지의 정도는 대단히 약화되었다. 그러나 서구의 개량주의 정당들은 더욱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거듭해서 오른쪽으로 이동해왔고, 이것은 그들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을 계속 잠식하고 있다. 이 정당들의 영향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은 분명하다. 그나마 이 정당들은 초기에 사회주의적 활력과 노동자 투쟁과의 연결성을 갖고 있었기에 대중적 힘을 형성할 수 있었다.
브라질 노동자 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브라질 노동자 당은 20세기를 전후로 형성되었던 유럽의 개량주의 노동자 당들에 비해 그 정책에서 훨씬 우경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브라질 노동자 당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과 연대운동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기에 노동대중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 당을 집권으로까지 인도했던 객관적 토대였다. 그러나 이 당은 개량주의적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그리고 의회주의적 전망 속에 브라질 노동운동을 가두어 그 힘을 매장하고 파괴함으로써 영향력을 까먹고 있다. 특히 집권후 그들이 취하는 정책이 자본주의를 보호하고, 그 내에서 약간의 개량을 취하는 형편없는 정책이라는 점이 분명해짐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선진부위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 노동자 당의 파산이 브라질 노동대중의 정치적 지향과 열망까지 함께 매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노동자계급의 정책을 거부한 채, 문국현과 같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과도 차별성이 거의 없는 개량주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는 객관적 토대인 노동현장에서의 계급투쟁과의 연결성을 갖고 있지 않다.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연결성이란 단지 “노동조합 관료집단”과 “정치적 개량주의자들” 사이의 형제적 결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당원을 구성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노동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일시적으로라도 끌어내는 것은 대단히 요원하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객관적 처지란 부르주아지에게도, 중간계급에게도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노동대중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텅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을 대중적 정당으로 밀어올릴 수 있는 “계급적 기초”를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노동대중의 정치적 전진”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 그리고 민주노동당을 개량주의적일 망정 노동자 정당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상황 판단의 실책이다. 이 실책은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치적, 조직적 전망, 즉 정당과 관련된 것이기에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정치적 오류이다.
한국 노동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민주노동당과 같은 개량주의 정당에게 넘겨줌으로써 결국 그 열망이 매장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선진투사들의 완전한 책임방기다. 유럽의 사회민주당, 노동당, 브라질 노동자 당의 모든 경험들은 단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노동자계급 정책을 단호하게 집행하는 혁명적 노동자계급당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한국 노동자계급을 책임질 수 없다. 급속하게 부르주아화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대체하는 혁명적 노동자계급당 건설을 위한 체계적인 실천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한국노동자들의 정치적 열망이 파괴되는 것을 방조하는 것이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의 탈당 행렬은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행렬이 정치포기와 무기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 노동계급당을 향하도록 이끌기 위한 헌신적인 정치적 실천을 조직하는 것, 이것말고 더 긴박하고 사활적인 정치적 과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노동자 당인가, 아니면 단지 써클의 연합체인가?
성장하기도 전에 이미 개량주의적, 의회주의적 독약에 마비되어가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서는 개량주의적 노동자당이라 불릴 만큼의 “노동대중과의 연결성”조차 갈수록 희석화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대중정당의 외피를 쓰고 있는 “노조 관료집단과 개량주의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중간계급 지식인들, 민족주의자들의 연합써클”로 급속히 전락하고 있다. 다만 조직된 노동대중의 일부가 반신반의하는 상태에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표찍기” 정도의 아주 제한적인 지지를 보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에 한국 노동자 운동의 전진을 대표하는 정치적 지위를 부여하고, 여기에 노동자 운동의 미래를 거는 것에 선진노동자들은 명백히 “회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에 속한, 진지한 선진노동자 동지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민주노동당으로는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점은 나도 안다. 그러나 다른 대중적 대안이 없지 않느냐? 더군다나 노동대중을 자본가 정당들의 포로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것이 노동대중에 대한 책임감을 반영하는 진지한 고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다음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첫째, 과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것이 노동대중의 발전과 노동자 계급의식 확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노동자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얼마나 발전시키는 것일까? 울산의 경우, 표를 던지는 노동자들조차도 “들러리, 관객”이라는 체념에 빠져 있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한 표 행사가 더 이상 “희망의 한 표”가 아님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반해 노동자의식과 단결, 전투성의 고양에 실제로 이바지하는 것은 “현장에서 전개되는 노동자 투쟁”일 뿐이다.
둘째, 약간의 긍정적 효과는 있더라도 그것은 “자본가 정당들에 대한 분노를 발산할 통로가 꽉 막히는 것”에 비교할 때, 발생하는 반사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단기적 성과”마저도 “장기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비교할 때만 정확한 계산서가 나올 수 있다. 다음의 질문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을 전혀 책임질 수 없는 세력을 지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노동계급정당을 향한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늦추고 혼란스럽게 만들지는 않을까? 차라리 민주노동당은 전혀 대안이 될 수 없고, 새로운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발걸음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착수해야 장기적으로 노동대중을 진정 책임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희망없는 지그재그보다 똑바른 한 걸음!
대선 이후 민주노동당 내의 우파와 좌파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공방전은 “찻잔 속의 폭풍”에 불과하다. 이것은 책임을 상대방 분파에게 떠넘기면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개량주의 분파들 사이의 이전투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민주노동당 내 대다수 좌파들의 정책이란 간단하다. “민주노동당이 유럽 사회민주당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한 결과가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이다!” 그러나 전투적 민족주의자들의 정책이나 이른바 좌파들의 정책이란 그 개량성과 탈계급성, 현장 노동대중과의 연결성의 부재라는 점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 게다가 그들의 정책이란 “혁명적 계급투쟁 대신 의회주의적 캠페인”에 철저하게 매몰되어 있다.
민주노동당과는 전혀 다른 정당, 다름 아닌 혁명적 노동자계급당을 건설해야만 노동해방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이 혁명정당의 건설 없이는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압력을 뚫고 노동자운동의 대중화를 이룩해낼 수도 없는 상황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개량주의 세력들은 일시적으로라도 노동자운동의 전진을 위한 가교를 설치할 수 없다. 이 가교마저도 오롯이 혁명적 노동자 정치세력의 분투를 통해서만 놓일 수 있다. 현장의 노동대중의 투쟁력, 의회 바깥의 계급투쟁 중심성,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계급정책, 현장의 노동자 소조에 기반한 조직 운영 등의 사활적인 원칙에 기반해 실천하는 혁명적 노동자계급 정당만이 노동대중 앞에 노동자운동의 힘을 보여주고, 그들의 신뢰를 끌어내며 진군할 수 있다.
이 정당은 현장의 계급투쟁을 발전시킴으로써,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모든 부위들의 협동과 일치단결을 조직함으로써, 나아가서 무늬만 총파업을 자본주의를 벌벌 떨게 하는 명실상부한 총파업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모든 노동대중에게 노동자계급이 거대한 힘을 갖고 있음을 입증할 것이다. 이 정당은 립서비스 정당이 아니라 약속을 계급투쟁으로 집행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당임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입증해낼 것이다. 이 정당은 현장의 선진노동자들에 의해 당의 정책이 결정되고, 바로 이들이 당의 실제 운영자로 우뚝 서게 만듦으로써, 그리고 한국과 세계 노동운동의 모든 경험을 검토하면서 가장 훌륭한 노동계급 정책을 체화하도록 도움으로써, 마지막으로 현장의 선진투사들과의 연계 속에서 노동대중과의 진정한 소통의 길을 열어냄으로써 단련되고 전진하면서 명실상부한 노동자계급당의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 가장 훌륭한 노동자들이 “현장을 말아먹는 사람들이 이끄는 이따위 당이라면 현장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분노와 실망 대신, “이렇게 현장에서 실천하는 정당이라면 믿을 수 있고, 나의 운명을 걸 수 있다”고 모여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 노동자계급당 노선에 입각한 선진노동자들의 공동의 실천을 통해서 노동자계급의 힘이 발전하게 될 때만, 노동대중들을 위력적인 노동자계급운동으로 조직할 수 있고 중간계급 하층들은 비로소 자본가 정치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노동자계급의 뒤로 결집할 수 있다. 이것은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야만주의에 맞서 인류와 역사를 대표하여 노동자계급이 전면전을 펼쳐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대중을 책임질 수 있고, 선진활동가의 운명을 걸 수 있는 노동계급정당을 향해 뚜벅뚜벅 똑바로 가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노동계급적인 혁명적 투사조직 건설을 향해 진지하게 나서는 것을 통해서만 실제로 실현될 수 있다.
현장에 기초한 투사들의 망을 짜는 것, 이 투사들의 망을 전국적 연결망으로 결합시켜 당의 그물망을 하나씩 창조해나가는 것, 그리고 바로 이들에 의해 노동자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해나가는 것은 “신뢰할 수 없고 심지어는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개량주의 정당에 대한 어떤 비판도 없이 그 당에게 표를 던지라고 대중에게 선동하는 것”보다 몇 십 배 더 노동대중을 진실로 책임지는 길이다. 이것은 먼 미래의 효과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효과를 가지고 얘기해도 진실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 노동대중이 전진하고 힘을 발전시키며 노동자다운 의식의 성장을 이룩한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민주노동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노동자 투사들의 “현장 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이 “사활적인 지점”을 분명히 하고, 민주노동당에 대담하게 대당하고 “바로 이 세력에 의해서만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호소하는 혁명적이고 노동계급적인 세력을 현장에서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모든 혁명적 노동자들은 혁명적 노동자계급 정책과 노선을 현장의 계급투쟁에 기반해 집행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와 맞장을 뜰 수 있는 위력적인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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