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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도 없는 부당해고 형사처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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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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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8 22:10:35, 조회 : 2,569, 추천 : 777 |
로드맵 뜯어보기-부당해고 구제제도②
있고도 없는 부당해고 형사처벌 효과
“광범위한 해고 예방” 또는 “솜방망이 처벌” 해석 제각각
부당해고 구제제도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행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확정된 구제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벌칙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당해고로 사용자를 직접 형사처벌하는 것은 없애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행정절차를 거쳐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고를 서면으로 명시해 통보하지 않으면 해고가 원천무효가 되고, 확정되지 않은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대해서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금전으로 보상받고 근로관계를 종결할 수 있게 한 것이 더해진다.
확정된 구제명령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벌칙조항을 신설하는 것에 노동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행정절차가 완료돼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이 떨어져도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단이 없었는데 이 장치가 생겼기 때문이다. 구제명령 확정 전 단계라도 근로관계를 신속히 회복시키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금전보상제를 도입해 부당해고 구제수단을 다양화하고, 해고 통보를 서면으로 명시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로 노동계가 요구했던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
문제는 부당해고 자체에 대한 벌칙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거부한 민주노총도 벌칙조항 존치를 주장하며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 이 부분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는 경영계의 오랜 요구였다. 부당해고 벌칙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뿐 아니라 사인간의 계약해지를 국가형벌권을 발동해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논리다. 노동계로 보면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재장치도 만들면 금상첨화다. 민주노총의 요구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협상에 임한 상황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얻기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더 효과적인 것을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원직에 복직해 근로관계를 회복하고 못 받은 임금을 받는 것이라는 전제가 마련되면 선택은 자명해진다. 한국노총의 판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부당해고 자체와 구제명령 불이행을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논란 때문에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며 “현실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대신해 원직복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제명령 이행 강제수단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경기일반노조>
형사처벌보다 원직복직이 중요
근로기준법에서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둔 것은 사용자의 부당해고를 억제하는 예방효과를 의도해서다. 근로감독관이 다수의 사업장을 일일이 점검해 부당해고를 적발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형벌규정을 둬 사용자의 경각심을 유발해 부당해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실제로 해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부당성이 명백한 경우 근로감독관의 조사나 검찰송치 등 형사절차 과정에서 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부당해고 벌칙조항이 삭제되면 더 이상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근로감독관들의 사법권 행사도 사라진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벌칙조항이 없어지면 지방노동청을 찾은 해고자에게 근로감독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가라는 말뿐”이라며 “특히 부당해고 뿐 아니라 정직, 감봉, 전직 등 온갖 불이익을 당하는 노조가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최소한이 보호장치도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예방효과는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 정도에 대한 판단은 판이하게 다르다. 벌칙조항의 예방효과가 극대화되는 길은 형사절차를 거쳐 실제로 사용자가 징역형을 살고, 무거운 벌금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 사용자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부당해고를 함부로 못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부당해고로 판정돼도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이행하면 사건은 종결된다. 이행하지 않아 검찰에 송치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액의 벌금에 그친다. 구제명령을 강제할 수단도 없다. 처벌이 솜방망이기 때문에 예방효과도 미미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입장 따라 예방효과 있기도, 없기도
벌칙조항의 효과에 대한 판단이 다르면 해법도 달라진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구제명령 이행을 강제해 원직복직을 실현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부당해고 벌칙조항 존치를 주장하는 민주노총은 완전히 다른 생각이다.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적으로 미약한 것은 경영자에게 관대한 검찰과 법원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대한 처벌과의 형평성을 확보해야지 벌칙조항을 삭제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에서 제대로 안되면 개선방안을 찾아 제대로 되도록 해야지 없애는 것은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파업이나 노동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하면서 사용자의 불법행위인 부당해고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은 친사용자적인 개정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국노총은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 하나만이 아닌 부당해고 구제제도와 관련된 개정안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행강제금과 확정된 구제명령 불이행 처벌, 해고통보 서면명시 등을 통해 원상회복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솜방망이 처벌로 사문화 되다시피 한 형사처벌 조항을 없애는 대신 부당해고 구제명령 불이행에 대한 이행강제금과 확정된 구제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해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강화해 원상회복주의와 형사처벌주의를 실질적으로 보완한 것”이라며 “근로계약 의무화, 해고사유 서면통보 의무화는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고 자신이 왜 해고되었는지도 모르는 대다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판정하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부당해고 벌칙조항 어떻게 보았나
“열악한 노동현실, 사용자 형사처벌 필요”
지난해 위헌소송 판결, 벌칙조항 합헌…“부당해고는 사회적 해악” 강조
무거운 형량에 비해 실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삭제하기로 합의한 부당해고 벌칙조항. 그러나 최고의 법률 심판기구인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려할 때 부당해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직은 벌칙조항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31일 선고한 ‘근로기준법 제110조 위헌소원(2003헌바12)’ 판결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한(근로기준법 제30조 1항 위반)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근로기준법 제110조(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이 벌칙조항의 입법목적을 “근로자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하는 부당해고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고려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을 범죄화 하고, 그 위반행위를 형벌로 응징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부당해고를 경고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위헌소원 청구인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벌칙조항이 ‘정당한 이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당하지 못한 해고는 무효이고 손해배상책임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록 법률조항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해고의 기준을 일반추상적 개념인 ‘정당한 이유’의 유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하여 법적 자문을 통해 예견 가능하고, 집행자의 자의가 배제될 정도로 의미가 확립돼 있으며, 입법 기술적으로도 개선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또한 헌재는 “법률조항의 법정형 상한이 징역 5년이나 하한은 별도로 없으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이 사안에 맞게 탄력적으로 집행하는데 장애를 주지 않으므로 형량이 가혹한 것도 없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경중의 면에서 자의적이고 불균형한 처벌로서 형벌체계의 정당성을 해친다고 볼 하등의 근거가 없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가 판단한 대목이 주목할 부분이다. 헌재는 “우리나라처럼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이 완비되지 못한 사회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은 해고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헌재는 “부당해고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빈발할 뿐 아니라 해고된 근로자의 재취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을 고려할 때 아직은 부당해고를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해악으로서 처벌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노동부가 이 사건에 대해 “이 법률조항은 사회·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타당성이 있고, 헌법이 요구하는 최저한의 근로조건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민사적 해결방법 외에도 위반시의 형사처벌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전달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편집자 주> 3년을 끌었던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이 논란 끝에 지난달 11일 민주노총을 뺀 노사정 합의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며칠 뒤 노사정 합의안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4일로 입법예고 기간도 끝났고, 국회 처리만 남았다.
노사정 합의와 관련 3년간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세간의 관심과 논란이 온통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노사분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당해고 구제제도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큰 변화를 맞는다. 부당해고를 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삭제돼 부당해고 자체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대신 부당해고 이행명령 불이행에 대한 사후적인 제재장치가 강화된다. 형사처벌 조항 삭제로 부당해고가 남발될 것이란 주장과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논리들을 따라가 본다. 지난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내용에 이어 이번에는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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