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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22:02:20, 조회 : 2,299, 추천 : 758 |
세계 자본주의와 노동자투쟁 - 간략한 역사
2007년 1월 8일
1. 고전적인 자유경쟁 자본주의, 그리고 노동자 투쟁의 서막
( ~1871)
□ 자본주의의 성립과 자유경쟁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아시아·아메리카 등 비유럽 지역을 식민지로 정복·약탈하고, 이것이 자본의 원시적 축적과 초기 산업자본주의의 성립을 뒷받침하면서 시작되었다.
성장한 자본주의는 마침내 봉건제 사회를 내부로부터 강력하게 뒤흔들며 혁명적인 사회 변화를 추동해 나가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특권적인 신분을 누리며 광범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지주·성직자 등 봉건 지배계급에 맞선 투쟁의 과정이었다.
자본가들은 신분제의 억압과 예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민중들의 광범한 열기와 결합하여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등을 통해 봉건 지배계급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올라섰다.
초기 자본주의는 아직 대량생산과 독점이 등장하지 않은, 말 그대로 시장의 자유경쟁을 토대로 한 자본주의였다. 그런데 초기의 자유경쟁 자본주의에서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수요공급 조절은 현실에서 결코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다. 1825년부터는 대략 10년 주기의 공황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의 확립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였다.
초기의 자본가들은 자유로운 노동력 확보, 자유로운 시장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서 봉건 지배계급에 맞서 ‘자유’를 부르짖었다. 또한 초기의 자본가들은 국가가 식민지를 정복·약탈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는 정도의 역할에 머무르기를 원했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낼 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국가의 경제개입 없이도 자본주의는 잘 성장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자본가들의 사상이 바로 ‘자유주의’다. 한편으로 봉건 지배계급에 맞서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신분철폐를 요구하는 진보적 성격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자본운동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사상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 이전 수백 년 동안 봉건 지배계급에 맞선 투쟁에서 자본가들이 ‘자유’를 앞세우며 주도한 운동 속에 노동자들은 그저 포함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르러 자본주의 모순에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비로소 독립적인 운동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투쟁이 본격화되자, 이제 자본가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진보적 세력이 아니라 질서의 유지를 주장하는 반동적 세력으로 전환되었다.
초기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절의 노동자 투쟁은 자본주의가 먼저 발전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기의 노동자 투쟁
(1) 영국 노동자들의 차티스트 운동
(2) 유럽 노동자들의 1848년 혁명
(3)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리코뮌 (1871)
2.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세계전쟁, 그리고 노동자 혁명의 물결
(1871~1921)
□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세계전쟁
자본주의는 1870년 무렵에 이르러 이른바 독점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한다. 더 이상 시장의 자유경쟁 법칙에 지배받지 않을 만큼 거대해진 독점자본들이 출현하여,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를 주름잡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간 자유경쟁 상태에서 확대재생산을 거듭해 온 자본운동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특히 10년 정도의 주기로 반복되던 공황은 독점화를 촉진시켰는데, 공황을 거치며 일부 자본이 몰락하는 대신 성장하는 자본의 덩치와 시장지배력이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국가들은 동시에 식민지 확보에 맹렬하게 열을 올리는 제국주의 국가였다. 식민지는 원료 공급, 상품 소비, 자본운동의 공간 확보, 경제외적 수탈 등 여러 측면에서 독점자본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00년 무렵에 이르자 식민지를 확보하려는 이들 제국주의 국가들의 노력은 마침내 극심한 상호충돌, 즉 식민지 쟁탈전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지구상에 더 이상 미개척 식민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이르게 되어, 이제 식민지를 확대해 나가려면 남의 식민지를 빼앗아 오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민지 쟁탈전은 특히 선발 자본주의 국가로서 세계 곳곳에 대규모의 식민지를 갖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자본주의 발전이 주춤해진 대신, 독일·미국·일본 등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며 맹렬하게 식민지 확장에 나서면서 더욱 극심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앞 다투어 군비를 확장하고 상대 국가의 식민지를 빼앗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들을 벌이다가 마침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벌이게 된다.
제국주의 국가의 독점자본가들은 막대한 이윤과 식민지에서 얻은 초과이윤으로 일부 노동자들에게 생활 조건의 개선을 선사한다. 이로부터 이른바 ‘노동귀족’ 층이 자라나서 노동자들 속에 자본의 지배에 협력하면서 개량주의를 추구하는 대중적 토대와 세력이 일정하게 형성된다.
1870년대를 경과하면서 노동자 투쟁은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일을 비롯한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로 널리 확산된다. 특히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제2인터내셔널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이 시기 세계 노동자 운동의 중심으로 역할했다.
제2인터내셔널 시기 유럽 각국의 노동자 운동은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제국주의 세계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앞에서 독일의 사회민주당을 비롯하여 제2인터내셔널에 속한 대다수 정당들은 자기 나라 자본가를 지지하여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협력’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역사적인 배신을 하게 된다.
러시아 볼셰비키를 비롯한 소수만이 전쟁협력을 거부하고 제국주의 전쟁을 노동자 혁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투쟁했다. 결국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을 통해 볼셰비키가 이끈 러시아 노동자들은 사상 최초로 노동자 혁명에 성공한다.
그러나 애초 노동자 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 여겨졌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노동자 혁명은 패배하거나 아예 불발되고 말았다.
□ 세계적인 노동자 혁명의 물결
(1) 미국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쟁취투쟁 (1886년)
(2) 제2인터내셔널 - 유럽 각국 노동자 운동의 성장과 제국주의 세계전쟁
(3) 러시아 노동자 혁명 (1905년, 1917년)
(4) 실패하는 유럽 혁명 (1918~21년)
3. 세계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스탈린주의
(1921~1949)
□ 세계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1) 자본주의의 파국적 위기 : 세계대공황
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고 나서 자본주의 경제는 몇 년간 호황을 누린다. 전쟁 기간에 이루어진 엄청난 파괴가 역설적으로 전후 호황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한 파괴에 힘입은 호황은 오래 갈 수 없었다. 마침내 1929년 미국에서 사상유례가 없는 대공황이 시작되고, 1930년대에 이르러 유럽과 전 세계로 확대된다. 이른바 세계대공황이었다.
세계대공황(1929~1939)은 자본주의에 파국적인 위기를 몰고 왔다.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얻어먹지 못하면 그대로 굶어죽어야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30%까지 치솟아 1,500만 명이 길거리를 헤매야 했다. 문닫는 은행과 공장이 줄을 잇고, 주식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되고, 파산하는 자본가들도 속출했다.
어지간한 불황에는 끄덕도 하지 않게 된 거대 독점자본들이 엄청난 과잉생산을 거듭한 것이야말로 세계대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독점자본이 생산한 엄청난 상품의 양과 대조적으로 대중의 구매력이 바닥에 있다 보니, 상품가격이 폭락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았다. 독점자본주의 아래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대공황이라는 파국적인 사태 앞에서 국가의 경제 개입은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웠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자유주의’적 사고가 여전히 만만치 않았지만 눈앞의 현실은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경제에 개입하여 급한 불을 끄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국가의 경제 개입은 어떤 형태로든 생산을 회복시켜 자본의 운동을 되살려 내기 위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맞추어졌다. 다만 그 구체적인 형태는 나라마다 달랐다. 나라마다 계급간의 힘 관계가 달랐고, 여러 가지 특수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실업률을 낮추고 이를 통해 대중의 구매력을 회복하는 쪽으로 해결방향을 찾았다. 프랑스의 인민전선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수준 향상에서 해결방향을 찾았다. 강력하게 분출한 노동자 투쟁에 자본가들이 떠밀린 결과였다.
하지만 독일·이탈리아·일본 등에서는 파시스트 정부가 등장하면서 대외 침략을 내세운 적극적인 군비확장과 전시통제체제의 일상화에서 해결방향을 찾았다. 파시스트 세력에게 노동자들이 철저히 패배한 까닭이었다.
파시스트 진영의 전쟁 준비는 전 세계를 새로운 군사적 긴장으로 몰고 가면서 군수산업의 대규모 확장을 가져왔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대공황으로부터 마침내 탈출시키는 한편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을 더욱 구조화 시키게 되었다.
(2) 소련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러시아 혁명의 변질
1920~30년대에 자본주의 진영이 세계대공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것과 달리, 소련에서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2차 대전 직전까지 소련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공업국으로 성장하였고, 2차 대전 기간에는 유럽에서 히틀러의 독일군을 패퇴시킨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강제적인 농업집산화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급속한 공업화는 소련 사회를 노동자 혁명의 나라로부터 또 하나의 억압적인 체제로 변질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3) 2차 세계대전이 낳은 결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으로 전 세계에 걸쳐 6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만든 전쟁인 만큼, 2차 대전은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2차 대전은 스탈린주의 진영이 급속히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소련은 2차 대전을 거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부상했다. 2차 대전 기간 독일의 지배 아래 있던 동유럽 지역은 소련의 영향 아래 스탈린주의 국가로 변신했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민족해방 혁명이 성공하며 스탈린주의 체제가 수립되었고, 북한에도 스탈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전 세계의 1/3이 스탈린주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또한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식민지 국가들이 제국주의의 속박을 벗어나 독립을 쟁취한다. 식민지 민중들이 끊임없는 독립투쟁을 벌인 성과이기도 했고, 전쟁을 거치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된 까닭이기도 했다.
한편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노동자 계급의 힘이 현저히 강력해졌다.
패전국 독일과 일본에서는 전쟁 기간 동안 자본가들이 파시스트 정부에 협력했기 때문에, 패전 이후 군사적 점령까지 당한 상태에서 결정적으로 권위와 힘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과 일본을 점령한 미군은 극우 파시스트 세력의 완전 척결을 일차 과제로 추진하느라 노동자들의 조직 확대와 정치적 진출을 어느 정도 용인하기까지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노동자들이 레지스탕스 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 범국민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2차 대전 기간 완전고용의 상태가 지속되었던 영국에서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고양되었다.
노동자들의 힘이 강화된 결과, 2차 대전 직후 서유럽에서는 좌파정당들이 대거 정권을 잡게 된다. 전쟁영웅 처칠을 물리치고 예상을 뒤엎은 승리를 거둔 영국 노동당은 석탄·전기·철강·영국은행 등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국민보험제도·국민의료제도 등 사회복지 정책을 확대한다. 프랑스에서는 공산당이 제1당, 사회당이 제2당으로 연립내각의 주축을 이루어 프랑스 은행을 국유화하고 사회보험제도를 확대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공산당의 정국 주도 아래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수립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2차 대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은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미국이 확고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20세기 초반에 공업생산력에서 영국을 따라잡은 미국은 유럽과 달리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차 대전 기간 연합군의 군수물자 생산을 거의 도맡는 전쟁 특수로 대공황을 완전 탈출하고 급격한 산업 확장을 이루었다. 또한 서유럽과 달리 협조주의 노선의 노조를 앞세워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성공하였고, 전승국의 핵심 군사강국으로서 국제정치무대에서도 압도적인 주도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 스탈린주의와 노동자 투쟁
(1) 영국 노동자들의 1926 총파업
(2) 미국과 프랑스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대중파업 (1930년대 중반)
(3) 반파시즘 투쟁 - 스페인 혁명, 인민전선 정부, 레지스탕스 투쟁 (1930~40년대)
(4) 민족해방혁명과 노동자투쟁 - 중국, 조선 등 (1920년대~)
4. 국가주도 자본주의와 냉전,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1950~1979)
□ 국가주도 자본주의와 냉전
(1) 전후 복구 : 마샬플랜과 한국전쟁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몇 년 동안 미국은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 재건에 큰 관심이 없었다. 2차 대전을 계기로 확립하게 된 헤게모니를 더욱 굳건하게 굳히는 데 주된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전쟁으로 마비된 국제 경제질서를 다시 정비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설립하고,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로 대체)를 발족시키면서도 미국은 자국의 헤게모니를 관철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를테면 IMF를 만들면서 △금과 함께 미국의 달러를 국제 통화로 정한 것 △국제수지 적자국에 IMF가 돈을 대출해 주되 긴축재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 △IMF에 출자한 비율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하여 35%를 출자한 미국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든 것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유럽에 긴급 구호물자를 원조하면서, 이참에 식민지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라고 압력을 넣는 정도였다.
그러나 스탈린주의 진영이 강화되고 식민지가 속속 독립을 이루는 가운데,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 내부에서도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좌파 정당이 정권을 장악하여 기간산업 국유화와 사회복지 확대 등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자, 미국 자본가들의 생각은 완연히 달라진다. 힘을 갖고 있는 미국이 나서서 서유럽 자본주의를 부흥시켜 전체 자본주의 진영을 지켜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마샬플랜’이다. 서유럽 자본주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이었던 200억 달러를 미국이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마샬플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서유럽 자본주의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그에 맞춰 각국의 자본가들도 급속하게 힘을 회복했다. 특히 미국은 막대한 경제지원을 하면서 진보적인 개혁을 중단하라거나 연립정권으로부터 좌파 정당을 배제하라는 등의 압력을 넣었는데, 이는 서유럽 각국에서 노동자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서유럽 각국이 미국의 지원 아래 위기를 벗어나 자본주의 재건을 이루게 됨으로써 미국의 헤게모니는 극대화되었다.
한편 미국은 1949년 10월 중국 혁명의 성공을 계기로 일본의 자본주의 경제 또한 재건하기 위해 나서는데, 일본의 경우 별도의 대규모 지원 없이도 때마침 일어난 한국전쟁(1950~1953)의 군수산업기지 역할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2) 서구 자본주의의 25년 장기 호황
전후 자본주의 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1950년 무렵부터 대략 25년간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호황을 기록한다. 이 장기 호황은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인 중동 국가들이 기습적으로 원유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시작된 이른바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장기호황의 결과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동자 대중들까지 상당한 수준의 물질적 풍요와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이로써 대공황과 세계대전의 아픈 기억이 서서히 잊혀지고 ‘복지국가’의 유토피아적 환상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장기 호황의 시대를 표현하는 두가지 개념이 바로 포드주의와 케인즈주의다.
포드주의 :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
포드주의는 극단적인 분업으로 직무를 쪼개서 컨베이어에 노동자를 완전히 종속시킴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획득하고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개념이다. 테일러주의가 각각의 작업공정을 표준화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면 포드주의는 여기에 컨베이어 벨트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요약해 볼 수 있다.
이처럼 포드주의로 표준화와 半자동화에 의한 ‘과학적 노동분업’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엄청난 수량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동시에 이전의 숙련 노동자와 달리 미숙련·반숙련 노동자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는 스스로 구상하고 실행을 담당했던 이전과 달리, 자본가의 구상에 입각하여 한두 공정의 단순노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으로 역할이 변화했다. 그만큼 노동과정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가중시켰다.
포드주의는 또한 대량생산된 상품의 소비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며 대량 소비의 주체로 만드는 개념이다.
높은 임금은 당장 눈앞의 이윤을 줄어들게 하는 것인데도 자본가들이 채택하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상황과 인식 변화가 빚어낸 결과였다. 무엇보다 세계대공황을 겪으면서 얻은 뼈저린 교훈이 있었으니,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구매력을 갖지 못하게 되면 ‘생산과잉⇒공황’의 늪에 빠져들어 자본으로서도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노동력의 집중으로 자연스럽게 힘을 갖게 된 노동자들을 협력적 관계로 유인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단순노동의 반복으로 노동자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항상 극대화되기 때문에, 이를 상당한 정도로 상쇄하지 않고서는 격렬한 대중적 저항에 맞부딪칠 위험성이 늘 존재했다. 그리고 정작 높은 임금은 자본가들에게도 결코 손해가 아니었으니, 높은 임금으로 인한 대량소비야말로 생산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밑천이 되었던 까닭이다.
포드주의가 일반화된 장기 호황의 25년 동안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생산은 두 배로 증가해서 그 이전 75년 동안에 생산된 것을 넘어서는 대량생산을 이루게 되었다. 동시에 자가용 승용차,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각종 내구 소비재를 갖춘 현대식 표준주택, 신용카드를 비롯한 각종 소비자 신용의 제공 등으로 대표되는 대량소비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케인즈주의 : 총수요를 확대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 이론
고전적인 자유경쟁 자본주의를 토대로 해서 형성된 이른바 고전학파의 자유주의 경제학은 ‘수요·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장의 기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전제로 하였다. 이른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은 것이다. 그러나 고전학파의 자유주의 경제학은 세계대공황이 야기한 과잉공급과 대량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그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해 낼 수 없었다. ‘시장이 조절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 이들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었다.
반면에 케인즈는 시장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여 총수요를 확대시킨다면 과잉공급과 대량실업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수요 확대를 위해서 정부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테면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의 재분배를 실시해서 소비재 수요를 증가시키는 방법 △이자율을 낮춰서 기업들이 돈을 많이 대출해 가게 하고 그래서 생산재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방법 등이었다.
케인즈의 주장은 세계대공황을 거치면서 자본주의를 구원하는 복음이라고 할 정도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2차 대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서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입증한다. 케인즈주의가 적용된 장기 호황의 25년간, 서구 자본주의가 공황을 겪지 않게 되자 ‘케인즈주의 덕택에 자본주의는 이제 공황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총수요 확대를 위한 국가의 경제개입’으로 요약되는 케인즈주의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포드주의와 결합하여 서구 자본주의의 25년간 장기 호황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것이다.
(3) 제3세계 :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신식민지
이미 19세기에 독립을 이뤘던 중남미 국가들에 이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제3세계 국가들도 대부분 2차 대전 직후에 독립을 쟁취한다. 그러나 이들 제3세계 국가들은 형식적인 독립에도 불구하고 신식민지라는 새로운 형태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에 여전히 수탈당한다.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세계대공황 이후에 주로 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어느 정도 외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지만, 순이익은 물론 로열티·은행이자 등의 형태로 막대한 부가 모국으로 송금되면서 민중들은 공업화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1946년에서 1967년까지 20년 동안 미국 자본은 54억 달러가 직접투자 형태로 중남미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 동안 발생한 189억 달러의 수익 가운데 무려 150억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흘러나갔다.
자연히 외국 기업에 빌붙은 일부 자본가와 지배계급을 제외한 민중의 생활수준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브라질의 경우 가장 가난한 40%의 소득이 1960년에 전체의 11%를 차지했는데 1970년에는 9%로 축소되었다. 반면에 가장 부유한 5%의 소득은 같은 기간 27%에서 36%로 확대되었다. 멕시코에서는 60년대 중반에 상층 20%의 소득이 하층 20%의 소득에 비해 17배나 되었다.
2차 대전 후 서구 자본주의의 호황기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본 경제에 수직적으로 종속된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자연자원을 헐값에 일본에 팔고 그것을 가공해 낸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관계를 지속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 일은 자국 내 산업을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고갈시키면서 버티는 것이었다. 일본에 대한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일부 관료와 자본가들을 제외한 민중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이처럼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25년간의 장기 호황을 누릴 때 최소한의 국민경제 발전조차 이루지 못한 가운데 신식민지적 수탈을 당하는 것이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의 현실이었다.
냉전 구도 속에 예외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 신흥개발도상국들
1960년대 이후 한국·대만·싱가폴·홍콩 등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용들은 일반적인 제3세계 국가들과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이른바 신흥개발도상국으로 불렸다.
이 시기 동아시아 신흥개발국들의 예외적인 경제발전은 무엇보다 세계적인 냉전 대립 구도 속에서 미국의 세계전략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미국은 특히 대만과 한국의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중국과 북한에 대비되는 세계적인 ‘쇼 윈도우’로 내세우고자 했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에 대규모 원조를 하고, 미국 시장에의 접근에도 예외적인 특혜를 주었다. 아울러 이들 국가들이 적극적인 경제개입으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무역 보호장벽을 두어 경제발전에 큰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달리 90년대 초반까지도 용인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동아시아 신흥개발국들의 경제는 일본의 하청생산기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본 경제 또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면서 장기간 순조로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4) 한계에 봉착한 국가주도 자본주의
2차 대전 이후 계속되던 서구 자본주의의 장기 호황은 1973~74년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을 계기로 막을 내리게 된다.
석유파동은 1973년 10월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촉발되었는데,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고 아랍계 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통해 석유가격을 대폭 인상시킨 것이었다. OPEC은 1973년 10월부터 1974년 1월 사이에 석유가격을 네 배나 인상시키는데, 이로 인해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급격히 불황국면으로 빠져 들면서 실업이 급증하는 반면 투자는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1975년이 되어 오일쇼크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서도 한번 사그라든 경제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어느덧 장기 호황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황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 마침내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시작된 서구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2차 대전 이후 25년 가량의 장기호황을 마감하고 새롭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불황에 접어들게 된 것은 바로 그 장기호황을 이끌었던 국가주도 자본주의(케인즈주의)가 마침내 한계에 봉착한 까닭이었다.
자본의 국제화 전략으로 개별 국가의 경제관리 능력 상실
케인즈주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를 조절·관리함으로써 작동되는 체제였는데, 거대 독점자본들의 국제화 전략으로 인해 개별 국가들은 경제를 조절하고 관리할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되었다.
케인즈주의에서 경제를 조절·관리하는 핵심 수단은 총수요 확대인데, 그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상대적 고임금과 사회복지 정책으로 소득의 재분배를 실시하여 노동자·민중의 구매력을 유지·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2차 대전 이후 스탈린주의 진영의 확대와 노동자 계급의 역량 강화라는 정치적 조건을 배경으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가들이 한 국가 차원에서 ‘노동과 자본의 대타협’을 받아들여야 했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장기호황을 거쳐 서구 자본주의가 위기를 벗어나게 되자, 자본가들은 파국의 위기 앞에서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국가의 경제개입이 거추장스러워졌다. 세계를 휩쓴 1968년 혁명의 물결 속에서 미숙련 미조직 노동자들이 대거 투쟁에 참여하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강력한 실질임금 상승 압박이 초래된 것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였다.
이제 거대 독점자본들은 ‘국제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제3세계 국가들로 생산거점을 이동시키거나 여러 나라로 생산기반을 분산시키는 다국적 기업들, 여러 나라의 은행과 증권시장에 분산 투자하고 또한 신속하게 이동하는 다국적 금융자본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게 된다.
고임금, 노동조합, 높은 세금 등을 피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불리한 경제정책을 취하는 국가로부터 빠져나와서 유리한 경제정책을 펴는 국가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처럼 국경이탈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침체를 가져올 만한 거대자본들이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되자 개별 국가의 경제조절·관리 능력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이러한 국가의 경제조절·관리 능력의 무력화는 케인즈주의에 치명적이었다. 실업증가나 물가상승 등 경제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여 여기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해도 이전과 달리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정책 속에는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개별 자본에게는 당장 손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기 마련인데, 국제화된 개별 자본은 자신에게 손해를 안기는 경제정책이 시행되면 아예 국경을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애초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자본이탈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더 심각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오일쇼크로 결정적인 타격을 받기 이전인 1970년대 초반에 이미 자본의 국제화로 각국 정부들의 경제조절·관리 능력이 상당하게 무력화됨으로써 케인즈주의는 내부로부터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신식민지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제3세계의 저항
케인즈주의 기간 동안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제3세계 국가들을 신식민지 형태로 종속시키고 있었는데, 이러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제3세계 국가들의 저항이 격렬해지다가 결국 오일쇼크라는 형태로 결정적인 타격을 안기고 말았다.
1959년 쿠바에서 혁명이 성공하고 1960년대를 거치며 베트남 민족해방전쟁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굴복시켜 나가자, 전 세계적으로 제3세계 국가들 내에서는 민족해방과 자주경제 수립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된다. 이러한 열망은 기본적으로 제3세계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나타났지만, 그 압력은 신식민지 구조에 순응하던 제3세계 각국의 부르주아 정권들 또한 어느 정도 자주적인 정치경제적 입장을 표방하지 않을 수 없게 강제하고 있었다.
오일쇼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야기된 사태였다. 팔레스타인 민족을 쫓아낸 이스라엘 정권이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아래 전 아랍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승승장구하자 아랍 민중들의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석유라는 전략적인 자원을 가진 아랍 국가들은 석유가격 급등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에 내몰렸던 것이다.
(5) 파국으로 치닫는 스탈린주의 국가들
2차 대전 직후 전성기를 맞았던 스탈린주의 국가들은 점차 근본적인 위기에 빠져들었다. 1950년대 중반까지 소련, 중국, 제3세계 국가들이 형성한 정치적 연대는 ‘사회주의+민족해방’ 진영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포위하여 머지않아 승리를 거둘 것이라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스탈린주의 국가들 내부에서부터 극심한 혼란과 모순이 불거져 나왔다.
소련과 동유럽 경제는 장기간의 극심한 침체에 빠져 들었다. 2차 대전 이전에 소련이 거두었던 놀랄만한 경제성장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료적인 계획 경제는 이제 극심한 불합리성과 수동성을 야기할 뿐이었다. 나아가 스탈린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종종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스탈린 치하의 범죄적인 행각들과 또 그러한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스탈린주의 체제의 정당성과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내외에서 점차 확산되었다.
한편 중국은 혁명 이후 20여 년 동안 인민공사, 대약진운동, 백화제방백가쟁명, 문화대혁명, 중소논쟁과 중미수교 등으로 좌충우돌의 극심한 혼란을 지속하였다. 결국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자본주의 발전 노선을 채택하는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스탈린주의 국가들의 외형은 아직 유지되고 있었지만, 내부의 위기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스탈린주의 진영이 스스로 와해되어 감에 따라, 냉전은 자본주의 진영의 일방적 승리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 사회민주주의와 스탈린주의의 파국적 위기, 그리고 노동자 투쟁
(1) 일본 노동자들의 투쟁 (1950-60년대)
(2) 프랑스·이탈리아 노동자들의 1968 혁명
(3) 영국 노동자들의 1978년 파업투쟁 - “불만의 겨울”
(4) 브라질 금속 노동자들의 투쟁 (1970년대 후반)
(5) 쿠바 혁명과 베트남 민족해방혁명
(6) 헝가리 노동자 투쟁 (1956)
(7) 중국의 문화대혁명 (1966~1975)
(8) 폴란드 노동자 투쟁 (1980~1981)
5.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리고 새로운 노동자 혁명 운동의 모색
(1979~ )
□ 신자유주의 세계화
(1)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자본의 세계화
케인즈주의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황이 10년 가까이 지속되자, 마침내 1979년 영국과 1980년 미국에서부터 신자유주의 세력이 집권에 성공한다. 이들은 장기불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공격하며 ‘국가개입 축소와 시장논리 강화로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신자유주의의 모습은 국가가 거대자본의 이윤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경제·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노동의 유연화를 강제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며, 공공부문과 사회복지를 축소하는가 하면, 때로 적극적인 군비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계급 간 타협을 파기시키는 영역에서는 경제개입 최소화와 시장논리를 들먹였지만, 거대자본의 활로를 뚫어주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인 경제개입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힘이 가장 약했던 영국과 미국에서부터 등장했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가 만성적인 경제 불황에 봉착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전가함으로써 총자본의 지속적인 이윤 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자본가들의 대대적인 공격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와 긴밀하게 맞물린 것은 ‘자본의 세계화’였다. 생산거점과 금융자본이 유리한 조건을 찾아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 즉 ‘초국적 자본이 세계적 수준에서 벌이는 상시적 구조조정’으로서의 ‘자본의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었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진척되어 온 자본의 세계화는 (특히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위협은) 자본가들이 신자유주의를 현실화시킬 수 있게 한 결정적인 무기였다. 또한 더 많은 세계화를 가능케 할 유리한 조건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자본가들이 신자유주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영국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 ― 대처리즘
1979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승리로 집권한 영국의 대처 총리는 ‘영국경제를 뒤처지게 만든 장본인은 노동조합과 국가’라는 주장 아래 집권 기간 동안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국가개입을 축소한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대처리즘이라고 불리게 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밀고 나간다.
대처는 집권하자마자 긴축정책으로 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사용되던 정부지출을 대폭 축소한다. 재정긴축의 결과 실업자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1980년 167만 명에서 1983년에 300만 명을 넘어선다.
대처는 또한 감세정책을 펴는데, 최고소득자의 세금은 83%에서 40%로 삭감하면서 저소득자의 세금은 33%에서 25%로 차별 축소한다. 이렇게 직접세를 줄이는 대신 간접세를 올리고, 국민보험에 낼 돈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대신 민중들의 세금부담을 대폭 올려놓은 것이다.
집권 2기인 1984년부터 대처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통신·가스·항공·석탄·전자·수도 등 거대 공기업들이 줄줄이 매각된다. 대처는 공기업을 인수하는 자본가들에게 높은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갖가지 조치를 취하는데, 이를테면 상수도 사업을 매각하면서 환경규제 최소화를 약속해 주고, 전기 산업을 매각하기 전에 전기료를 대폭 인상하는 식이었다. 민영화는 대량 실직으로 이어져, 1979년 206만 명이던 공기업 종업원 수가 1989년에는 84만 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외주하청화가 급격히 늘어나고, 긴축정책과 민영화로 1980년대 중반이 되면 실직자가 400만을 넘어선다.
또한 대처 정권은 노동조합이 경제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통로였던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폐지하고,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크게 제약하는가 하면, 최저임금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등 노동의 유연화를 강제한다.
대처 정권에 의한 단체행동권 제약은 놀라운 수준이었는데 △파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4주전에 비밀투표로 결정 △단체행동을 시작하기 1주일 전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얼마 동안 단체행동을 할 것인지 통보 △조합원의 파업거부권 명시로 파업 불참자에 대한 제재 불법화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 부여 △2차적인 쟁의행위(연대파업 등) 금지 등이었다.
미국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 ― 레이거노믹스
1980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은 인플레이션, 생산성 정체, 국가경쟁력 상실이라는 미국 경제의 상황을 타개할 방책으로 집권 기간 동안 규제완화, 감세, 노동의 유연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
레이건 정권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 미국의 사회복지 수준은 이전에도 서유럽에 비해 형편없었는데, 레이건을 이은 부시 공화당 정권이 막을 내리던 1990년대 초반에 와서는 사회복지수당 총액이 1970년대 초에 비해 6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사회복지가 축소되는 것과 반비례하여 빈민촌·범죄·마약은 급증했다.
대신 레이건은 집권 기간 동안 군비예산을 50% 정도 증가시켜 군산복합체 거대자본을 먹여 살리는데, 레이거노믹스의 계급적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레이건 또한 감세를 추진하는데, 최고소득자 1%의 세금이 14% 줄어든 반면 최저소득자 10%의 세금은 28% 늘어나는 등 영국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왔다.
레이건은 1981년 항공관제사 파업에 참여한 1만 2천 조합원들을 전원 해고하고 항공관제사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대표권을 빼앗아 노동조합을 소멸시키는 등 대단히 공격적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한다. 생산라인의 하청화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198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 노동자 전체의 실질임금이 5%나 하락한다.
(2) 1980년대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강타하는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역량이 가장 약했던 영국과 미국에서 80년대 초반에 등장하였지만,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소련·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90년대 초반을 지나서였다.
하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1980년대부터 극심한 신자유주의 공세를 겪어야 했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라틴 아메리카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중남미) 국가들은 이미 19세기에 정치적 독립을 이루었지만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천연자원 등의 1차 상품을 헐값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로 수출하고 다시 이들로부터 공산품 등 2차 상품을 비싼 값으로 수입하는 전형적인 식민지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대공황(1929~1939) 시기에 1차 상품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이상으로 혹독한 공황을 겪고 난 이후,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을 취하게 된다.
즉 기존에 수입에 의존했던 공산품들을 이제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하여 정부가 앞장서서 그 생산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다. 1970년대까지 지속된 수입대체산업화로 중남미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공업화가 진척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그런데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으로 세워진 공장의 대부분은 외국자본이 직접투자 형태로 들어온 것이었기에, 경제 ‘종속’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다. 외국자본들은 막대한 이득을 모국으로 송금해 버렸기 때문에, 중남미의 대다수 노동자·민중은 공업화와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외채 위기와 IMF의 구조조정 요구
1970년대까지 중남미 각국은 수입대체산업화 정책 속에서 엄청난 규모의 외채를 떠안게 된다.
외채는 특히 1970년대에 급증하게 되는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불황으로 1차 상품의 수출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공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선 외채를 급격히 늘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불황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서방의 민간은행들이 물 쓰듯 돈을 빌려준 것도 한 몫 했다.
그런데 1982년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게 되자 상황이 급변한다. 미국 쪽이 더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황이 되자 서방 민간은행들이 앞다투어 중남미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러 나선 것이다. 갑자기 닥친 외채위기로 중남미 국가들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간다.
멕시코는 1982년 8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90일간 대외지급을 중단하지만, 결국 12월부터 IMF(국제통화기금)와 협상을 시작한다. 외환보유고가 완전히 바닥난 멕시코는 IMF가 긴급자금지원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긴축정책, 규제완화, 민영화,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 등을 수용하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브라질은 1982년 말 IMF의 지원을 받고 강력한 긴축정책을 폈지만, 결국 1987년 2월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중장기 채무에 대하여 90일간 이자상환을 중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IMF의 지원을 받고 브라질은 더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개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거의 모든 중남미 국가들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로 전개된다.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IMF의 강요로부터 시작된 중남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엄청난 위력으로 중남미 국가들을 휘몰아쳤다.
IMF가 요구한 긴축정책 때문에 중남미 국가들은 교육·보건 등 그나마 빈약한 수준의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IMF의 요구로 무역과 금융시장이 자유화되었는데,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자 이것이 새로운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전화·통신·전력·항공 등 알짜배기 국가기간산업들이 통째로 외국자본의 소유로 넘어가거나 외국자본의 지분율이 대폭 높아졌고, 전화요금·전기요금 등이 대폭 인상되었다.
하지만 IMF가 요구한대로 열심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행했지만, 경제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던 멕시코와 칠레는 80년대 내내 1% 내외의 성장에 그쳤고, 아르헨티나는 연평균 -0.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경제성장의 정체·후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로 인한 고통이 노동자·민중에게 집중됐다는 점이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이 계속되었지만 물가를 잡는다는 이유로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바람에, 실질임금이 대폭 하락했다. 멕시코에서는 1982년부터 1988년까지 7년 동안 실질임금이 40%나 감소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90년의 실질임금이 1980년에 비해 85%로 후퇴했고, 우루과이는 72%, 페루는 무려 43%로 후퇴했다.
최저임금의 하락폭은 더욱 심각하였다. 1980년의 최저임금에 비해 1992년의 최저임금이 브라질은 53%, 아르헨티나는 44%, 페루는 16%를 기록한다.
빈부격차도 더욱 벌어져서, 칠레의 경우 1980년에 최고 소득자 10%가 전체 소득의 36%를 차지했는데, 1990년에는 45%를 차지하게 된다. 멕시코에서는 민영화된 900여개의 국영기업 대부분이 소수의 거대자본에게 팔려나가서, 5개의 거대자본이 멕시코 전체 자산의 50%를 소유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렇게 고통스럽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했지만, 정작 위기의 원인이었던 외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1982년에 멕시코의 외채는 860억 달러였는데, 1987년에는 1,093억 달러가 되었다. 브라질은 922억 달러에서 1,223억 달러로 늘고, 아르헨티나는 436억 달러에서 584억 달러로 늘어났다.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의 비참한 현실을 만든 신자유주의
아프리카 대륙은 18~19세기에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의 식민지로 분할 점령당한 이후 ‘자급자족적 농업경제’가 해체되고 원료를 헐값에 수출하고 공산품을 비싸게 수입하는 ‘식민지 경제’로 재편되었다.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1960년대에 독립을 쟁취하는데, 이제 산업화를 통해 식민지 시대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아프리카 신생 국가들은 산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세계은행의 원조에 의존하게 되는데, 세계은행은 원조를 해주는 대신 아프리카 경제를 ‘환금작물의 단일재배’ 형태로 재편하도록 유도해 나간다. 즉 가나에서는 코코아, 세네갈에서는 땅콩 하는 식으로 한 국가가 돈이 되는 하나의 작물을 대량 재배하여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획득하여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헐값으로 농산물을 대량 공급받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를 파국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환금작물은 수시로 과잉생산과 국제시세 폭락을 거듭했고,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 가운데 최소한의 양식도 생산하지 못하여 가장 풍요롭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대다수 민중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태가 속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소한의 산업화도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 대륙에도 1980년대 초반 신자유주의가 몰려온다. 세계은행의 원조 자금이 IMF의 ‘구조조정 지원 기금’으로 바뀌면서.
무역자유화, 국영기업 민영화, 긴축재정 등의 요구조건을 내건 구조조정 지원기금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47개국 가운데 36개국에 흘러들어가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한다.
‘환금작물 단일재배’의 강화, 마이너스 경제성장, 의료예산의 격감, 생필품 가격의 급상승 등으로 귀결된 1980년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아프리카 대륙을 말로 다할 수 없는 ‘황폐한 땅’으로 만들어 버린다.
만성적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1/4이 넘고, 콜레라와 AIDS가 창궐하는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의 비참한 현실을 만든 주역은 바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었다.
(3) 1990년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신자유주의
1980년대 초반 영국과 미국으로부터 시작하여 1980년대를 거치며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을 휩쓴 신자유주의는 이제 1990년대를 거치면서 마침내 전 세계로 확산된다.
소련·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유럽대륙으로 확산되는 신자유주의
섬나라 영국을 제외한 유럽대륙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도 신자유주의가 그다지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서유럽에서는 여전히 케인즈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동유럽에서는 스탈린주의 경제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1989년 동독·폴란드·헝가리·체코·루마니아 등에 이어 1991년 소련에 이르기까지 스탈린주의 국가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스탈린주의 국가들의 붕괴는 동유럽은 물론이고 서유럽에서까지도 (사실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러한 사태 전개는 신자유주의가 유럽 대륙을 파고드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유럽대륙에서의 신자유주의는 1990년대 초반 스탈린주의 국가가 무너져 내린 이후 급속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걸었던 동유럽에서부터 시작된다.
동유럽의 스탈린주의 국가가 무너져 내린 것은 경제·사회·정치 체제가 너무나 비민주적이어서 관료적인 특권과 통제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동유럽 스탈린주의 국가에서 부패한 특권관료들의 지배에 저항했던 민중들의 ‘민주화’ 열망을 담아낸 이념은 ‘민주적인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이었다.
그 결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동유럽의 민중들에게 돌아온 것은 ‘자본주의’였고, 그것도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형태의 자본주의였다.
1990년대 동유럽 국가의 노동자·민중들은 급격한 자본주의화 과정을 거치면서 스탈린주의 시절의 사회복지 체계가 무너져 내리고 살인적인 인플레와 대량실업 사태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반면에 민영화된 국영기업들을 소유하게 된 거대 자본가들이 과거의 특권 관료층을 대신하는 지배계급으로 등장했다.
동유럽의 스탈린주의가 무너져 내린 것은 서유럽에서의 계급역관계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서유럽 자본가들이 2차 대전 이후 40년 이상 계급 간 타협을 받아들여 왔던 것은 서유럽 각국의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을 거쳐 상당한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못지않게 동유럽 국가들이 (외견상) ‘사회주의’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데서 오는 위협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동유럽 스탈린주의의 몰락으로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이 사라지고 나자, 서유럽 자본가들은 급속하게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신자유주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선다.
여기에는 1980년대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를 전면화한 미국·영국의 자본이 노동자를 희생시킨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갖추게 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게 되는 만큼, 서유럽 자본은 ‘신자유주의 도입’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서유럽의 신자유주의 확산을 주도해 온 유럽 경제통합
서유럽에서의 신자유주의 확산은 서유럽 각국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는 것과 아울러 신자유주의 성격의 유렵 경제통합 추진으로 병행되어 나타났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유럽 경제통합 추진이었다. 유럽 경제통합은 서유럽 각국의 신자유주의 도입과 확산을 강제하는 중심축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통합은 본래 중국보다 땅도 좁고 인구도 적은 유럽 대륙이 20여개의 국가들로 나뉘어 수많은 전쟁을 거듭해 왔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로운 유럽 단일 국가’의 꿈을 안고 주창되어 온 것이었다. 유럽 대륙이 1·2차 세계대전의 주 전쟁터가 되어 극심한 파괴와 살육을 겪고 난 이후 ‘유럽 통합’의 이념은 유럽인들 사이에 상당한 호소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 정치적 통합을 이루는 것은 난망한 일이었기 때문에 우선 유럽 차원의 경제공동체를 추진하여 실익을 얻자는 뜻에서 1957년 EEC(유럽경제공동체)가 출범하고, 이것이 1967년 EC(유럽공동체)를 거쳐 1979년 유럽의회를 두게 되고 1991년에 EU(유럽연합)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서유럽 자본가들이 신자유주의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유럽 통합의 성격은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형태로 변질된다.
이전 시기에 유럽 통합 작업은 각국의 주권과 고유한 경제·사회·정치 체제를 존중하면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통합기반을 갖추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도입을 추진하는 서유럽의 자본가들은 1990년대 들어 급격한 유럽 경제통합을 주장하고 관철하면서 이를 무기로 각국의 경제정책을 반강제적으로 신자유주의로 몰고 가게 된다.
특히 1991년 12월 유럽 정상회담 결과 체결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 조약은 유럽중앙은행을 두어 유럽에 단일통화(유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는데, 이 유럽통화동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 및 정부예산의 60% 미만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한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재정적자를 줄여야만 하게 된 각국 정부는 앞 다투어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고 공기업 보조금 등 공공부문 예산을 축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심각한 공격을 받게 되자, 1990년대 중반에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에는 노동자 파업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기도 했다.
유럽 단일화폐 ‘유로’는 결국 1999년에 출범했고, 2002년부터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마르크·프랑·리라 등의 고유 화폐를 없애고 유로만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유럽 경제통합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맞선 서유럽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고조되면서 상황은 매우 유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유럽통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2005년 프랑스에서 부결되면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유럽통합 작업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 처해 있다.
일본과 동아시아로 확대되는 신자유주의
1990년대 들어 일본과 동아시아의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급증하며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인도네시아 등은 1990년대 후반 외환·금융위기를 겪게 되고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면화하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10년 동안 장기불황이 계속되었는데, 불황 탈출을 시도하면서 기존의 일본식 모델을 버리고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신자유주의 이전에 일본 및 동아시아의 경제체제를 지배한 ‘일본식 모델’은 서유럽과 달리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열악한 사회복지를 주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었는데, 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더욱 극렬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4)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구조조정 속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신자유주의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자본의 세계화’에서도 핵심은 역시 생산거점의 해외이동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서유럽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빠져 나온 제조업은 중남미와 동유럽의 주변 국가들을 거쳐 중국을 향해 이동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1978년 이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9.5%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한 끝에 이제 전 세계 생산의 13%를 차지함으로써 미국에 이어 두 번째가 되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일본·독일에 이은 세계 4위의 공업 생산국이 되었다. 중국은 전 세계 카메라의 50% 이상을, 에어컨과 텔레비전의 30% 이상을, 세탁기의 25% 이상을, 냉장고의 20% 이상을, 장난감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의류업은 세계 섬유산업의 20%에 이르며, 미국에서 팔리는 자전거의 85%와 신발의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최대의 무역적자를 안기는 나라이며, 1조 달러 이상을 갖고 있는 최대의 외환보유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시 미국의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임으로써 미국의 지속적인 대량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대량소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관상 중국의 수출 활동 속에서 실제로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은 주로 초국적 기업의 중국계 자회사나 합작회사들이다.
거대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세계경제 질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이요,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상당수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출하며 중국의 경제성장에 점점 더 의존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대만, 아세안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초국적 자본의 초국경적인 생산 네트워크 속에서 중국과 점점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그럴수록 낮은 임금을 향한 자본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 자본주의의 공장으로 탈바꿈되었으며, 급속한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토대로 거대한 규모의 산업 노동자 계급이 한창 형성되고 있다.
□ 새로운 노동자 혁명의 전망을 모색하고 있는 전 세계 노동자 민중
(1) 선진자본주의 노동자 투쟁의 부활 -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2) 강력하게 타오르는 중남미 노동자들의 투쟁 -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3) 노동자 투쟁의 강력한 분출을 예고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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