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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오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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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5:28:28, 조회 : 1,847, 추천 : 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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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쇄씨, 당신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자본에 반납하고 1500만 노동자계급의 명예에 먹칠했소!
[기고] 사노련 오세철 운영위원장이 현대중노조 오종쇄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오세철 사노련 운영위원장(사진=참세상)
◆ 오종쇄씨!
요새 당신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당신이 지난 18일 “09년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현중 김종욱 상무는 “임금동결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한다면 실질임금 삭감인데도” 그런 결단을 내렸다며 극찬을 했지요?
당신이 사내체육관에 조합원 5000명을 앉혀 놓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약적인 성장 발판을 만든 자랑스러운 한 해로” 만들자면서 고통을 떠안자고 호소했지요. 그러자 매일경제 기자도 “사장이 할 법한 말을 노조위원장이 했”고, “어용으로 내몰 빌미가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고 평가하면서 사장 대변자가 된 당신한테 뜨거운 박수를 보냈죠?
3월 4일엔 결의대회까지 한다지요? 공황 한파 속에서 극심한 생계난을 겪고,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들을 위한 결의대회가 아니라 ‘노사화합 바람몰이’를 위해 노동부장관까지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말이오!
◆ ‘회사 중역들보다 경영을 더 걱정하는’ 오종쇄씨!
당신이 사측, 보수언론한테 극찬받고 있을 때 현중노동자들의 가슴이 얼마나 짓눌리고, 얼마나 갈가리 찢기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소? “회사에서 주는 대로 받을 거면 노조 뭐 하러 있나?”, “위원장 임기 끝나면 어디로 갈까?”, “노조 반납할 용기는 없나?”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분노는 현중노동자들의 가슴 깊이 쌓인 분노에 비하면 만 분의 1도 안 될 것이오.
당신은 “임금안 위임 건을 추진하면서 활동가들에게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죠?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죠? 그런 고민의 결과가 고작 “겨울엔 동굴 속에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논리로, 노동자의 가는 허리를 바짝 졸라 자본가의 터질 듯한 배를 가득 채워주자는 것이었소? 현중 최대주주인 정몽준은 주식배당만으로 작년엔 615억 원을, 올해도 410억 원이나 받았소. 410억 원이면 연봉 4100만 원을 받는 노동자가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1000년을 모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오.
◆ 어용 1등 오종쇄씨!
정몽준은 작년과 올해 다른 어떤 자본가보다도 더 많은 최고의 주식배당액을 받았소. 그런데 정몽준이 1등할 때, 현중노동자들은 ‘없느니만 못한’ 꼴찌 어용노조 아래서 불만이 있어도 말을 하기 어려웠고, 눈과 귀가 있어도 제대로 보고 듣기 어려웠을 것이오. 작년 10월 현중 건설장비 사업부 사내하청 노동자 25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데에서 알 수 있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소.
그런데도 당신은 “세계 1등 기업 도요타도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도요타가 위기에 처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지금은 우리 회사가 세계 1등 기업이지만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이라고 18일 대의원들한테 ‘특별강연’을 했지요?
자본가를 계속 1등하게 하려고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 삭감하고,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 노조 교섭권조차 포기해버리며 자본가한테 노동자의 생존과 운명을 맡긴 것은 노동자계급의 자존심과 명예를 완전히 짓밟은 것이오.
그래서 대우조선 노조가 노동자계급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당하게 비판했는데도, 당신이 대우조선 노조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소.
◆ 노동자 죽이기의 첨병이 된 오종쇄씨!
당신은 ‘임금동결(사실상 삭감)’을 받아들이면서 ‘3년 간 고용보장’을 희망한다고 했소. 임금을 양보해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논리는 당신의 무교섭 선언과 절묘하게 같이 나온 이번 2.23 노사민정 대야합의 핵심 논리이기도 했소. 그런데 임금을 양보하면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건 순전한 환상일 뿐이오. 비정규직은 ‘남의 회사 직원’이라며 짤려도 나 몰라라 하고, 정규직도 희망퇴직, 명예퇴직, 순환휴업 따위로 사실상 정리해고 당해도 눈감아주는 게 무슨 놈의 고용보장이요? 그래서 노사민정 대야합은 “노동자 죽이기일 뿐”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거요.
◆ ‘행동하는 어용’ 오종쇄씨!
당신이 무교섭 선언을 한 다음, 자본가언론이 올 임금협상의 최대화두는 ‘무교섭, 백지위임’이라며 추켜세우는 가운데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서도 비슷한 행보가 시작됐소. 당신은 지금 공황기 자본가들의 노동자 죽이기 공격에 최선봉으로 서 있소.
그리고 요새 현중 최대주주인 정몽준은 정책연구소를 창립하고, MB와 따로 만났소. 그리고 작년에 촛불시위를 ‘난동’이라 부르고 ‘부시 방한 환영대회’까지 연 ‘극우파’를 ‘행동하는 우파’라고 부르면서 보수파 끌어안기에 나섰소. 대권을 노리고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오. 그런 정몽준이 ‘현중은 공황기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사화합의 모범을 보였다’며 앞으로 당신의 무교섭 선언을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거요. 이번 선언이 그런 치밀한 정치적 계산 아래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요.
◆노동운동을 한 단계 추락시킨 오종쇄씨!
당신은 “무교섭 타결이라는 한 차원 높은 노동운동을 하겠다”고도 했죠? 사측한테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하게 만들어놓고도 ‘한 차원 높은 노동운동’을 떠벌일 수 있다는 데 혀가 내둘러질 뿐이오.
우리는 당신과 같은 자들은 노동자의 등에 비수를 꽂는 자본가 무리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오. 따라서 무교섭 선언을 가장 극악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하고, ‘생활임금 보장 하에 일자리 늘리기’와 같은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노동자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것이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의 기본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므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정면 도전하는 진짜 ‘한 차원 높은 노동운동’을 제대로 펼쳐 나갈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머지않아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자본주의에 맞서는 거대한 노동자계급의 물결을 보게 될 것인데, 그때 당신이 어떤 꼴일지 자못 궁금하오!
오세철(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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