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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넷(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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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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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31 23:55:37, 조회 : 2,210, 추천 : 8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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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이 보여주는 노동운동의 현실
지금이라도 능동적인 파업투쟁을!
12월 1일,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집회무대에 올라 비통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의 패배”를 선언했다.
11월 30일 비정규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 법안 재논의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열린우리당에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되었다.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 역시 이른바 9.11 야합안대로 통과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휘감았다.
그리고 12월 2일, 민주노총 출범 이래 처음으로 단위노조대표자회의까지 개최됐다. 회의의 긴장감은 높았다고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금속을 제외한 대다수의 산별 연맹들은 민주노총의 지침조차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모두들 비장한 목소리로 결의발언을 했지만 내용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과 함께 기존에 제출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법안 처리, 총파업의 역할은
비정규직 법에 대한 정부안이 윤곽을 드러낸 것은 2004년 9월이었다. 애초 정부의 입법 명목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요 내용은 파견법을 확대한다는 것이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비정규 법안을 둘러싼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2년의 시간 동안 법안 처리를 저지하려는 민주노동당의 국회 회의장 점거와 민주노총 총파업이 몇 차례 있었다. 그렇지만 정부여당은 차근차근 자신의 의지대로 절차를 밟아 나갔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대립하면서 자신의 4대 개혁 법안 - 국보법, 과거사법, 사학법, 언론법 - 처리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활용했고 필요에 따라 법안 처리 일정을 조정했다.
11월 초, 열린우리당은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건으로 한나라당과 대치 상태에 있었다. 다시 민노당의 협조를 필요로 한 여당은 민노당과 비정규 법안 재논의에 합의했다. 그러나 재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지명을 철회하면서 열린우리당은 곧바로 비정규법안 처리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1월 15일부터 이어져 온 민주노총 총파업은 ‘변수’가 되지 못했다.
▲ 12월 1일 집회 맨 앞 줄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 이들의 책임은 분명하다.
예전과 다름없는 총파업
12월 2일에 열린 민주노총 단위노조대표자회의는 총파업의 실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김없이 “금속만 파업한다, 다른 산별연맹은 뭐하냐”는 얘기가 나왔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피로도가 심각하다”는 얘기도 있었고, 다른 산별연맹에서는 “미안하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총파업 지침은 애초의 무기한 전면총파업 기조와는 달리 유연하게 부분파업으로 축소되기도 했고, 국회 법안 처리 일정에 따라 다급하게 전면파업이 되기도 했다. 비정규 법안처리 전까지 민주노총이 발표해 온 파업집계를 보면 참가 수치는 꾸준히 하락했다.
파업대오의 중심은 금속연맹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공의 대규모 사업장들에서는 파업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2월 1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택시연맹이 총력투쟁에 가세했다. 이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힘을 보태주는 요소일 수 있으나 정확히 말해 두 단위의 투쟁은 4대 요구 중심의 투쟁이라기보다는 소속 노동자들의 기초 생존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점차 하락해가는 수치의 노동부 파업 통계(22일 5만8천, 29일 3만7천, 30일 2만8천)를 두고 친자본 언론들은 “총파업 열기가 식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오히려 실제 물동량에 영향을 미쳤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더 주목을 받았다.
▲ 국회는 '여러 번' 죽었다. 문제는 노동운동의 힘이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면 실제 현장의 파업 상황은 어떨까. 꾸준히 8~9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금속의 파업은 실제 자본가들의 이윤을 타격하고 있는가.
기아자동차노조는 15일 하루 파업한 이후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집행부 선거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기아비정규직지회만이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파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회의 한 동지는 “솔직히 총파업이 생산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현자 전주공장은 예정된 생산특근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전주비정규직지회 동지는 “파업하면 조합원의 2/3 정도가 지역집회에 참가한다”며 “비정규 법안이 처리됐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긴장감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4시간, 2시간 파업지침 속에 일시적으로 라인은 서도 실질적으로 자본가들의 이윤에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금속산업은 주야 맞교대 근무가 일상적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총파업 지침이 있으면 주간조 조합원들만 파업하고 야간조는 파업을 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이런 사정을 바탕으로 파업통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조합원이라도 소속 조에 따라 ‘임금 깎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불만이 표출될 정도다.
작업장에서 노동과 자본은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지 않다. 파업 시간이 되면 조합원들의 일부는 간부들과 함께 지역집회에 참석하고, 일부는 알아서 퇴근한다.
뻔한 총파업, 판을 바꾸려면
‘총파업’이 실질적인 총파업이 아니라 말로만 총파업, 효과 없는 총파업이 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민주노조운동의 실력을 반영한다. 현장이 죽어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골적인 탄압과 회유, 포섭과 압박으로 노동대중을 얽어매고 있다. 노사협조주의와 투쟁회피주의가 민주노조 운동 내 또아리를 튼 지 오래다. 이미 민주노총 내 대규모 노조들 일부는 노골적인 어용노조가 되었다. 혹은 민주노조의 간판을 달고 있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조합적 이해에만 가두어져 있다. ‘자본과의 비타협적 투쟁 성향’이 사라지는 가운데 자본가들과 대결하는 총파업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 참가율은 54%에 불과했으며 뚜껑을 열었을 때 파업참가율은 30%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총파업의 동력은 충분하지 않으며, 현실가능성 역시 대단히 낮다는 실상을 잘 알고 있기에 총연맹과 각 산별 연맹 상층 관료들 역시 고심하고 있다.
12일 노동자대회에서 11월 15일 전면총파업 돌입은 하루 경고파업으로 전환됐다. 다시 민주노총이 내린 지침은 매주 수요일만 전면총파업이고 다른 날은 부분파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힘들자 부분파업이 취소되고 촛불집회 참가로 하락하기도 했다. 비정규 법안 처리가 예상되자 부랴부랴 다시 총파업 지침이 나왔다. 총파업 일정은 끊임없이 변동됐다. 근거는 현장 상황이었다. 현장의 분위기가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파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금속의 파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금속연맹은 현자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대공장 노조의 파업 여부에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자동차 대공장 노조의 상황은? 사내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태도에서 수차례 확인했듯이 철저하게 조합주의에 젖어 있다. 노조홍보물은 비정규 법개악과 로드맵 반대 목소리를 드높이지만 실천은 철저히 상층 지침 안에만 머물러 있다. <매일노동뉴스> 정용상 기자는 기사를 통해 비정규 법안 통과 이후 국회 앞 투쟁을 준비중이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공장 노동조합 위원장이 비정규법 내용도 모르는 것을 꼬집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자동차 대공장 노조가 제발 총대를 메야 한다”거나 “즉각 지도부를 교체하고 전면적 가두투쟁을 벌이자”는 외침은 ‘바람’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상층부터 단위 현장까지 투쟁회피적인 지도부를 갈아치운다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축적된 현장조직력과 대중의 의식화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총파업은 어렵다. ‘총파업이 아닌 총파업’의 현실은 계급적 활동가들이 긴 시간 매달려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다. 계급적 활동가들은 가장 낮은, 밑바닥 현장으로부터 새롭게 정치화된 계급운동의 주체들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 분노한 현장조합원들은 정말 열심히 투쟁했다. 하지만 한 판의 투쟁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힘들다. 우리에게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능동적인 파업투쟁을!
비정규 법안 처리 직후 노동부는 파견근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파괴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 역시 남아 있다. 따라서 ‘총파업이 안되는’ 현실을 눈앞에 두었다고 대기적인 태도를 갖거나 패배감에 쉽게 움츠러들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대중을 조직할 시기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장기적 방향을 염두에 두고 총파업 일정 속에서 대중의 의식을 보다 빨리 성장시킬 수도 있음을 주목하며 이제부터라도 시작한다는 자세로 투쟁해야 한다.
지금은 상층 지침에 구애받지 않는 능동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연맹 파업지침에 따라 수동적으로 파업을 하고 지역집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현장 대중들의 계급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자체적인 파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육과 토론, 파업평가, 일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장기투쟁사업장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활동가와 대중이 밀착하고 현장조직력의 토대를 쌓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만 자본가들이 ‘두려워 할’ 총파업 동력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총파업이 패배로 끝나더라도 이 과정에서 형성된 현장의 활력이 향후 현장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급적 활동가들은 투쟁의 요구안을 쟁취하는 것 못지않게 투쟁 속에서 대중을 성장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 지역집회나 국회 앞 집회에 참가할 땐 대오를 채워주는 것에, 가투에서 열심히 싸우는 것에 자족해서는 안 된다. 간부들만의 발언으로 채워진 집회 장소에서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선동과 호소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집회는 투쟁판임과 동시에 훌륭한 교육과 투쟁과 선동의 장일 수 있다. 자기 사업장의 실천을 적극 알리면서 운동 내의 투쟁회피주의와 타협주의를 비판하고 총파업이 안되는 현실을 극복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 선동유인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노동자들. 우리는 가능한 모든 공간을 활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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